Sunday, September 30, 2007

인생의 가치에 대한 단상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비교적 굴곡이 없는 삶을 살긴 했지만 그런 인생에서는 작은 일도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내가 지금가지 겪었다고 생각한 굴곡 중에 내게 영향을 많이 끼친 사건은 두번 있었다.

첫번쨰는 중학교 3학년 때 일인데, 과학경시대회 전국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이거만 보면 아주 영광스러운 일일텐데,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 다들 동상 이상을 받았고, 과학고에서 동상 이상 수상자를 무시험으로 입학시켰기 때문에 나름 처음으로 목표달성에 실패한 일 되겠다. 사실 지금 돌이켜보면 별 일 아닌데, 그때는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하여간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10시 근처에서 학교 운동장에 가서 무심히 별을 바라보는게 거의 일상이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노트에 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엉뚱한 글을 적곤 했는데 지금 보면 좀 유치하다. 하여간 별을 보며 차차 태양이 얼마나 작고 지구가 얼마나 작고 내가 얼마나 작은 지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이 유일하게 중요한거라고 깊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두번쨰는 2002년에 여자친구와 헤어졌을 때인데, 몇개월간 내가 왜 연애를 했나 고민했다. 친하던 후배는 말도 안붙이는 남남이 됐고, 그동안 들인 시간, 돈은 어찌할 것이며. 뭐 그런 얘기를 다른 사람한테 하면 다들 그 동안 즐거웠지 않았냐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난 그것에 동의하지 못했다. 즐거운 만큼 아프기도 했으며, 그러한 것이 정말 사랑스러웠던 사람을 잃을 수도 있는 도박에 대한 대가라고 받아들이기 너무 버거웠다. 그래서 고민을 했다. 내가 그 연애 기간중에 손해를 본게 아니라고, 대체 얻은 것이 무엇일까 하고 한참을 고민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역시 화장실에서. 그 당시에 번뜩이던 생각은 다 화장실에서 났다-_-) 문득 생각이 들었는데 뭔가를 얻으려고 하는 거 자체가 잘못된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나서야 새롭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고 이번에는 내가 손해본다는 느낌이 들어도 즐겁게 줄 수 있게 되었다.

그냥 나에 대한 이야기다. 나를 아는 사람한테 이 두 얘기는 꼭 하고 싶은 얘기다. 내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신경을 안쓰는 거 같지만 사실 신경을 안쓴다기보다 그보다 내 마음에 더 집중하는 거다. 내 마음이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매우 신경을 쓴다. 사실. 그리고 내가 정말 강한 캐릭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내가 실제로 강하다기보다 내가 삶에 있어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 매 순간 순간을 인생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겁대가리 없이 마주치며, 망가지고 상처받고도 나중에 그걸 다시 두려워하지 않으니 강해보일 수 있겠지만 딱히 정확한 평가는 아닌 거 같기도 하다.

라고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이고 때로는 보여지는 모습이 중요한거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찌 보든간에 나는 그걸 존중할 필요도 있긴 하다는 건 안다.

IK

1 comment:

Anonymous said...

lshlj님의 블로그를 거쳐 오게 되었습니다. 둘다 저에게 영향을 끼친 사건과도 비슷하군요. 첫번째는 외고 좌절이었고, 두번째는 대학교 일학년 때 남자친구와 헤어지고서 지금까지 이년동안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죠. 그 당시에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상대방에게 분노하고 세상의 슬픔을 혼자 짊어진 것처럼 힘들어했는데 시간이 흐르고나니 별것 아니었구나 싶어서 가끔은 웃음까지 납니다. 웬만한 일은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기는 것은 과연 긍정적인 변화인지 부정적인 변화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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