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27, 2008

시시껄렁한 일상얘기 - 먹고 사는 방법들

사람이 살아가는데 먹고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뭔가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해내야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가치'가 얼마나 희소성을 가지느냐, 얼마나 사람들이 원하느냐 등등의 요소에 의해 얼마나 많이 버느냐가 결정된다고 (이상론적으로) 생각한다.

하여간, 나는 참 이런 저런 잡다한 스킬이 많은 사람이라 나중에 굶어죽을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이야기를 하곤 했다. 뭔가 이건 고등학교때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잘하는 것은 없어도 못하는 것도 없다'라는 식의 이야기로 되던 것들의 연장선인데, 사실 뭔가 하나 잘하는 게 있어서 그걸로 평생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주면 좋겠지만 그런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좋으니까...

그래서 내가 나중에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직업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보면...

1. 물리학자 - 제일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2. 컴퓨터 관련 엔지니어. 이를테면 인터넷 접속여부를 점검하는 기사라던가.
3. 회로 수리공. 이를테면 핸펀 A/S 기사
4. 단순한 코딩.
5. 수학/과학 선생님. 자격증을 먼저 따야하나.
6. 학원강사도 가능하고,
7. 정비사. 영어로 하면 mechanic. 모르는 사람 많겠지만 나 여기서 밀링머신 수업 들었다.
8. 운전사
등등

그리고 또 주변에서 반쯤 우스개로 하던 얘기 중에 '바이올린 선생님'이 있었는데, 경력도 없는 아마추어한테 누가 배우겠는가... 하지만 최근 아는 선배한테서 바이올린을 가르쳐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나한테 바이올린을 배웠을 때 따라오는 문제점을 감수하실 태세라서 양심상 돈은 못받겠고., 하여간 나도 바이올린의 기초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겸.

이렇게 바이올린 강습 스킬을 이용해서 나중에 절대 굶어죽지 말아야지...
앞으로 바이올린 레슨 후기가 종종 올라올지도. ㅎㅎㅎ

IK

Saturday, April 26, 2008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04/25/08

요즘 글 쓰는거 보면 거의 공부 안하고 콘서트홀만 다니는거 같은데...

P. Hindemith, Concert Music for Brass and Strings, Op. 50
W.A. Mozart, Concerto No. 3 in G major for Violin and Orchestra, K.216
R. Schumann, Symphony No.3 in Ef major, Op.97, "Rhenish"
Chee-Yun, violin,
Andres Cardenes, conductor

하여간 이번에도 다녀왔다. 무슨 일이 좀 있어서 전날 밤을 새서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에 갔다. 그래서 첫 곡 힌데미스는 기억이 없다. 사실 힌데미스 음악에는 관심이 없는게 아닌데 하도 피곤해서 안잘 수가 없었다.

두번째는 김지연님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G major인가? 아마 그럴거다. 사실 바이올린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한테 이 곡은 애환이 담긴 곡이다. 거의 유일하게 '배워본' 협주곡인 동시에 배우면서 선생님의 수많은 갈굼을 당해본 그런 곡이다. (아 물론 나는 이거 말고 다른 협주곡도 배워보긴 했다.) 뭐 그래서 처음에 프로그램을 보고는 '왜 하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듣고 싶어지는 그런 곡이고. 사실 그래서 이 곡은 프로가 연주한다고 하면 약간 스탠더드가 높아지는, 그런 곡이다.

하여간 처음에 일단 인상적이었던 것은 1악장 첫 도입부분과 3악장 마지막 마무리 부분을 솔로이스트가 같이 연주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솔로이스트가 그러지 않는 것을 생각해볼 때, 그런 식으로 오케스트라와 일치감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예상대로 이날 솔로이스트와 오케스트라는 상당히 잘 조화를 이루었다.

처음에 D-Bf-G 코드를 긋고 연주를 시작하는데, 살짝 out tune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702년에 만들어진 ex-Strauss라는 Stradivarius를 쓴다는데, 소리가 고음에서 상당히 분명하고 선명했다. 저음으로 가면 고음처럼 직선적이진 않은데 여전히 소리가 뭉퉁해지지 않았다. 역시 그리고 기대대로 1,2,3악장 모두 잘 넘어감. 3악장에서 약간 불안한 부분이 있었는데 사실 거기는 너무 쉬운 부분이라(=나도 안틀리는 부분이라) 의도한 건지, 내가 잘못들은건지 모르겠다. 어려워서 불안했을리는 없고...

정말 일관성 있고 전체적으로 오케스트라와 잘 어울리는 연주라서 딱히 어느 부분을 찝어서 이야기할 것은 없고, 생각이 나는 거라면 약간 멜로디라인보다는 화음의 흐름(?)이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면, 4/4박자 곡에서 8분음표로 멜로디가 이어진다면 한 마디 안에 8개의 음표가 생기고, 그 중에 4개의 음은 '정박'에 해당한다. 그렇게 '정박'와 '엇박'을 이루는 두개의 음표가 더블렛을 형성한다고 보면 되는데, 그 더블렛에서 첫음에 상당히 강조가 되었다는 거다. bow pressure나 speed로 보나, '정박'에 해당하는 음에 강조를 많이 둔 건 사실인거 같은데, 그로 인해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모차르트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가 되었다. 상당히 멘델스존 비슷한 분위기가 났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그리고 카덴차도 좋았다. 1악장은 제 2 주제를 조를 옮겨가면서 카덴차가 진행이 되었고, 2악장에서는 조옮김은 없었지만 옥타브 이동 등을 거치며 진행이 되었다. 1악장과 2악장 카덴차의 전개 양상이 상당히 달랐다. 게다가 처음 들어보는 거라서 직접 작곡하신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하네.

하여간 모차르트는 이렇게 잘 끝났고,

슈만 3번. 난 슈만 참 좋아한다. 브람스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 슈만음악도 좋아하는건 당연한건가. 슈만 음악 하면 브람스와 비슷하게 뭔가 꽉 짜여져있는 멜로디가 매력이고, 꽉 차는 듯 힘있게 진행하는 파워있는 연주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사실 음악이라는게 취향이라서 말하기가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이날 PSO의 연주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다른 말로, 내가 매 순간 기대하는 소리가 나왔다. 예전에 Andres Cardenes의 지휘로 PSO가 베토벤 4번인가를 연주한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상당히 변화 없는 평면 일변도의 연주에 별로 감흥을 받지 못한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상당히 다이나믹도 살아있고 좋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러 성부의 멜로디가 힘차게 진행되는 모습이 마치 서커스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위태위태 했다는게 절대 아니고, 모든 파트가 유기적으로 이어져서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 정말 시원시원한 느낌이었다.

슈만은 내 생각에 베토벤 다음으로 스케르초를 잘 쓴 작곡가인데, 이날 연주는 2악장 스케르초보다는 4악장이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장엄하게'의 뜻을 지닌 'Feierlich'라는 악상으로 주어진 이 교향곡의 느린 악장이다. (전체 5악장의 교향곡임) 너무 느리지 않으면서 적당한 빠르기로 진행이 된 거 같다. (사실 글 쓰면서 자발리쉬가 지휘한 드렌스덴 슈타츠 카펠레의 연주로 다시 듣고 있는데, 아마 연주회 당일 나의 다른 이유로 인한 멜랑꼴리한 기분으로 인해 느린 4악장이 더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홀을 꽉 채우는 진동이 내 몸을 감쌀 때 오랜만에 음악의 진정한 의미에서 일부가 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IK

Wednesday, April 23, 2008

될 놈은 뭘 해도 되는가?

최근(이래봤자 몇 달쯤 전)에 S. Grossmann의 리뷰논문(Rev. Mod. Phys. 72 603)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16페이지밖에 안되고(물론 일반 페이퍼에 비해서는 길다), 리뷰 논문이라는 것이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주는 것이지 세부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디테일이 빠진 것이 많았다. 저자가 적어놓은 몇몇개의 수식이 trivial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빈 공간을 채워넣는 작업을 했고, 그것에 대해 그룹 사람들을 상대로 talk을 한 적이 있었다.

/* 여기서 잠깐, 한국말이라고 하기 민망한 부분 */
내용이라면 뭐였냐면, vector로 표현될 수 있는 states의 time evolution operator를 matrix representation을 가질 때 이 matrix가 hermitian하지 않으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operator의 eigenvector들이 orthogonal하지 않을 뿐 아니라 eigenvalue들이 일반적으로 실수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차원 벡터의 경우, 매트릭스는 2 by 2 로 표현될 것이고, 두 eigenvector는 orthogonal하지 않을 것이며, eigenvalue 두개 또한 일반적으로 복소수가 된다. 그래서 일반적인 vector를 이 operator에 따라 time evolution을 시킬 때 두 eigenvalue의 실수부가 0보다 작아서 exponential decay가 일어나더라도, non-orthogonal basis coordinate에서의 phase difference때문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transient amplication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말로 써놓으면 간단해 보이는데, 사실 그렇게 수식 전개가 간단하진 않았다. 아, 해놓고 보면 간단한데, 달랑 논문에는 결론만 써놓으니까 그걸 확인해본거다. 하여간에 그 과정 중에 하나가, 일반적인 Cartesian coordinate에 있는 vector를 이 operator에 따라 time evolution시키려면, 이 vector를 앞서 구한 operator의 eigenvector의 span으로 decompose한 다음, 각가의 성분을 각각의 eigenvalue로 time evolution시킨 다음에 그걸 다시 원래의 orthogonal한 Cartesian coordinate으로 되돌려오는 작업이 있었다.
나는 그걸 말 그대로 노가다로 풀었다. 일반적인 벡터의 두 x,y component를 잡고, 그걸 eigenvector basis로 바꾼다음에 각가에 time evolution operator를 곱해준 다음 다시 expand해서 원래 coordinate으로 되돌려와서 두 vector를 시간의 함수로 구했다. 그랬더니 논문의 결과와 정확히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후에 같은 연구실의 노교수님(Dr. Goldburg, 작년에 80세 생신잔치를 하셨지만 아직도 매우 active하게 연구하고 계신다)가 오시더니, 나한테 하시는 말씀이,

"일두야, 내가 니가 한 계산을 나름 해 봤는데 이상하게 논문하고 싸인이 뒤바뀌어서 나오는구나. 내 계산을 한번 보지 않으련"

해서 봤더니, 이 분은 내가 계산한 노가다방법과는 다르게 dy/dx+P(x)y=Q(x) 꼴로 나타나는 1st order non-homogeneous differential equation을 만드셨다. 이러한 형식의 방정식의 일반해는 널리 알려져있기 때문에 일단 그런 형식으로 바꾸기만 하면 solution은 바로 나온다. 하여간 나는 사실 그 식을 보고 그런 식의 접근방식을 떠올렸다는게 새삼 놀라웠다. 역시 그분이니까 가능한 어프로치였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방정식을 보고 그것이 가장 일반적일 형태를 유추하여 이를테면 linear algebra를 analysis로 바꾼 거다.

근데 문제는 solution이 논문과는 좀 다르다는 거였다. 중간텀의 부호가 바뀌어서 나왔는데, 머 결국 그 교수님의 답이 틀린 것으로 확인된게, 그 solution을 original equation에 넣고 풀면 만족이 안된다. 그런데 물리적으로는 그분의 방법이 전혀 이상한게 없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일단 PDE를 푸는 과정에서 틀린 것이 없고, 답을 변환된 PDE에 넣으면 등호가 성립한다는 것은, matrix equation을 PDE로 옮기는 과정에서 우리가 모르는 뭔가 틀린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 그게 뭔지 깊이 확인해볼 시간은 가지지 못했다. 어차피 답을 구했기도 하고, 사실 다른 프로젝트가 더 바빴기 때문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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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한 몇주 전에 써놓고 더 이상 쓰지 않은 부분이다. 아예 오늘 맘 잡고 끝을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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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queness of physical solution independent of mathematical representation

하여간 그때 저러한 일로 인해 곧이어 든 생각이, 어떠한 수학적 representation을 사용하더라도 우리가 보는 physics는 변하지 않는다. 단순한 math technic이나 representation이 아니고, 하다못해 formalism이 달라도 우리가 보는 physics가 같으면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이를테면 양자역학에서 슈뢰딩거 방정식과 하이젠버그 방정식은 완전히 다른 형태이다. (보통) 슈뢰딩거 방정식은 2nd order PDE의 형태로 쓰고 아무래도 하이젠버그의 경우는 matrix또는 commutor의 형태로 방정식을 구성하는게 보통이고 시간에 대한 미분 하나만 있을 뿐 2nd order PDE로 나타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두 경우는 사실 같은 경우다. 같은 physics를 보면서 다만 time의 reference frame을 다르게 잡았을 뿐이다. 고로 observable이나 eigenfunction은 두 경우 모두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지만 결국 physical reality와 관련된 부분 - eigenvalue -는 항상 변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떤 변태가 실린더처럼 생긴 물체를 spherical coordinate에 대해 솔루션을 만든다 해도 무지 복잡하긴 하겠지만 결국 함수가 나타내는 꼴은 같을 것이라고 우리는 기대한다.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나는 다른 경우를 생각해냈다.

Poincare-Bendixon theorem이라는게 있는데, 물리적으로 말하는 것은 2차원 이하의 phase space에서 chaos가 일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지만, 수학적으로 보자면 어떤 시스템이 2차원이고 continuous하다면 결국엔 어떠한 궤적도 점 혹은 원으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물리에서는 많은 시스템들이 '초기조건'과 관계 없는 어떠한 '결국 시스템이 흘러가는 방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그렇지 않은 경우는 stochastic behavior를 보인다고 하기도 한다. 하여간 모든 linear deterministic system은 초기조건에 상관없는 asymptotic behavior를 가질 가능성이 매우 많다. 진자의 운동도 보면 마찰력을 고려하면 점점 줄어들어 정지상태가 되겠고, 마찰력이 없다 해도 phase space에서 limit cycle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수렴하는 솔루션의 특징은 stable하다는 것인데, 솔루션에 대해 미세한 변화에 대해 항상 restoring force가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물리에서 가정하는 모델 시스템들이 이러한 상황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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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Life

그리고 나서 든 생각이, 만약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알게 되거, 드디어 종국에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방정식을 세운다면 과연 이것이 그러한 limit cycle을 예측할 수 있느냐는 거다. 자 여기서부터는 물리가 아니라 그냥 단상의 레벨로 내려오는데...

될놈은 되는가?

'될놈설'이라고 있다. 누가 주창했는지는 명확치 않으나, 학부 시절에 많이들 이야기했던 theorem이었던 것 같다. 무슨 내용인 즉슨 하니,

M군이 F양한테 프로포즈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프로포즈를 해야할까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현명한) 누군가가 다가와서 '니가 어떻게 프로포즈를 해도 될놈이면 되고, 안될놈이면 어떻게 프로포즈를 해도 안돼' 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될놈설'이 말하는 바는 '될놈은 뭘해도 되고, 안될놈은 뭘해도 안된다'라는 것이다. 근데 이 theorem은 실제 상황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강력하다. 사실 F가 M을 좋아한다면 M이 부끄럽게 겨우 이야기를 꺼내도 둘은 결국은 잘 됫이고, 아마 M의 사소한 실수들은 그냥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반면 F가 M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M이 아무리 화려한 이벤트를 만들어도 결국은 그냥 '오바쟁이', 불운한 경우 '스토커'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될놈설이 말하는 것은 어떠한 초기조건을 선택하던 간에 결국 흘러가는 방향이 있다. 즉 그러한 종류의 문제를 포뮬레이션 하면 '초기조건에 대한 민감성'따위가 들어갈 구멍이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theorem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될놈'인지의 여부의 진리함수를 f라 하면 f=f(M,F)이고, 어떠한 M,F의 조합에 대해 함수 f가 true를 return할지는 실제로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판정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이론은 예측력이 없는 이론이다. 하지만 현상론적으로는 아주 훌륭한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될놈설이라는게 남녀관계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얼마나 없는지에 대한 반쯤 농담 반쯤은 진담으로 하는 얘기이다.

될놈설의 실체는 단순히 언어의 오용이다.

물론 '될놈설'을 농담거리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만은, 확실히 해주고 싶은 것은 될놈설이라는 것은 '될놈'이라는 단어를 교묘하게 재정의 하는 말장난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될놈은 뭘 해도 된다'라는 것은 '된 놈은 과거에 될 놈이었다' 혹은 ''될놈'은 '된 놈'의 과거의 상태이다'라고 재정의해주는 말장난일 뿐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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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환상은 남아있다. 탄호이저가 볼프람에 비해 다른 점이 무엇인가? 결국 탄호이저는 '될놈'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탄호이저의 노력 때문도 아니다. 바그너의 악극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인종주의적 영웅의 모습이 연상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그러한 주어지는 행운에 대해서는 매우 환상을 가진다. 하지만 이러한 기만적인 될 놈은 뭘 해도 된다라는 식의 모델은, 물리에서처럼 linear deterministic approximation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될놈설에 의지하여 맘을 편히 가지며 시간의 흐름에 인연을 맡겨나가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 내가 정말 원하는 걸 얻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물리현상에서도 linear하게 solvable case는 극히 드물다.

될 놈은 뭘 해도 된다. 왜냐면 그가 될 놈이라고 정의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가 될 놈인지 예측하는 것과 어떻게 '안될 놈'을 '될 놈'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물론 '내가 이런 문제의 답을 찾아낼 놈'이면 이 문제의 답을 찾아내겠지만 말이다. 될 놈을 뭘 해도 된다지만, 누가 될 놈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는게 문제다.

IK

어찌보면 '될 놈이라고 믿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이곳을 떠나는 게 전혀 슬프지 않을 때가 있다. 언젠가 다시 '만날게 될 사이'라는 느낌이 들거든

Sunday, April 20, 2008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04/20/08

J. Corigliano, Tournaments
S. Prokofiev, Concerto No. 2 in G minor for Violin and Orchestra
E. Elgar, Enigma Variations, Op.36
Leonidas Kavakos, violin
Yan Pascal Tortelier, conductor

2주만의 PSO연주였다.

일단 첫 곡은 Corigliano, 평소처럼, 그냥 그랬다. -_-. 이번엔 그래도 제목이 '토너먼트'라 뭔가 좀 와닿는 느낌일 까 했는데 역시 그다지... 토너먼트라면 뭔가 떠오르는 게 '경쟁' 그리고 그에 뒤이은 '승부의 결정'과 그에 따른 '승리자와 패배자 구도의 생성'인데, 많은 파트가 많은 부분에서 유니즌을 연주하며 서로 '경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승부는 결정되지 않고 나중에 연주가 끝나고 박수를 받을 때는 모두가 박수를 받으며 '승리자'의 역할을 했지 패배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게 바로 '윈-윈'게임의 토너먼트인가 -_- 하여간 나한테는 '토너먼트'라는 개념의 핵심인 거 같은 '패배로 인해 쫓겨남'의 느낌이 없어서 계속 그 느낌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감상의 시간이 끝났다. 차라리 여러 파트를 경쟁시켜서 지휘자가 승리하는 파트를 지정해줘서 나중에 그 파트만 일어서서 박수를 받으면 좀 제목에 어울리지 않았을까. (?) 이상하다고? 예전에 Corigliano가 작곡한 'Promenade Overture' (예전 글 참고)를 기억하는 나는 그런 식의 퍼포먼스가 오히려 Corigliano답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

두번째 곡, 프로코피예프 G단조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이거는 내가 들어본 곡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들어본 것은 다른 곡이었나보다(아마 1번을 들어본 듯). 하여간 처음 듣는 곡이었다. 하지만 프로코피예프라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곡은 참 잘 몰입되었다. 특히 2악장의 triplet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네 개의 화음을 느린 아르페지오로 반복해 진행하는 구조였는데, 화음은 계속 I-IV-IV-V (아마도)로만 오가지만 상당히 melodic하게 들렸다. 상당히 인상적인 악장이었다. 처음에 오케스트라가 반주로 행하던 화음 네개의 느린 아르페지오가 나중에 바이올리니스트의 피치카토 멜로디가 되는데, 그 과정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바이올리니스트 Kavakos에 대해서 인상적이었는데, 알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연주를 듣고 상당히 인상을 받았다. 일단 손가락이 아주 빨리돌아가고 인토네이션이 아주 정확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bow division이었는데, 예전에 미샤 엘만이 연주하는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를 동영상으로 봤던 기억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bow division은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사용할 만큼을 정해놓고 그 범위 안에서만 활의 무브먼트가 이루어졌으며, 오직 필요할 경우에만 그 변경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활의 특성(?)상, 한번 내려간 부분은 다시 올라와야하고, 한번 올라간 부분은 다시 내려와야 한다. Kavakos는 이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던 거 같다. 실제로 바이올린을 하다 보면 악보의 모든 음표가 적절한 음색/음량을 가지도록 활 사용 계획을 세운다는게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Kavakos는 테크닉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악보를 펴놓고 아주 많이 연구를 하고 아주 많이 연습한 티가 좔좔 났다. 호감도 급상승...

앙코르로는 바흐의 A단조 소나타 (BWV 1003)의 세번째 곡 Andante를 했는데 안단테 답지 않은 조금 빠른 템포와 지나치게 장식적인 강한 비브라토가 내 귀에 좀 거슬리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훌륭했다. 역시 bow division은 인상적이었고, 다만 내가 좋아하는 바흐의 해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바흐의 로맨틱한 해석을 염두해둔다면 아주 훌륭한 연주였다. 이자이 앨범을 냈다고 하는데, 이자이는 웬지 괜찮을 거 같다. 이자이는 바흐와는 달리 로맨틱한 해석도 나름 어울리고 하다못해 랩소디가 되어도 좀 어울리니까. 그나저나 앨범 자켓은 좀 압박

마지막은 Enigma variations인데, 내가 이 곡을 처음 알게 된 게 아마 2001년 kaist-이화여대 오케스트라 교환 연주에서 이대분들이 카이스트에 와서 연주했던 곡으로 기억한다. 나는 당시 다른 남자 단원들과는 달리 연주자보다 연주에 집중했기 때문에 엘가에 좋은 느낌을 받았고, 곧이서 cd를 사게 되었었다. 그리고 Enigma variation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여기를 눌러서 위키페이아를 참고해도 되고, 하여간 이 곡은 엘가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느낌을 살려 곡 안에 집어넣은 것인데, 사실 나는 그 엘가의 주변 사람들의 캐릭터에 대해 알기 못하기 때문에 엘가의 implementation이 얼마나 사실적인지 판단할 수 없지만, 예컨대 이자이가 자신의 무반주 소나타에 다른 친구들의 이름을 새겨넣은 것보다는 훨씬 덜 abstract하고 더 느낌이 와닿는다.

하여간 나는 프로그램을 펴놓고 읽으면서 매 변주를 들었는데, 무엇보다 엘가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서 들으면서 그냥 미소가 지어졌다. 연주도 흠잡을 없이 훌륭했지만 일단 레퍼토리가 좋았다. 사실 없는 시간 쪼개서 Enigma는 꼭 보러 간게, 내 lifetime dream중에 하나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theme을 가지는 것과, 그 theme을 주변 사람들이 기억되도록 변주를 해서 바이올린 솔로 곡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이게 2001년 Enigma variation을 처음 듣고 나서 떠오른 발상이기 때문에 나의 독창적인 발상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냥 좋을 거 같다. 내가 오늘 이 곡을 들으면서 Elgar와 그 주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었을지 상상해보는 것과 같이 나와 내 주변사람들이 모두 둘러 앉아 들으면서 '하하하 거참 말 되는 음악이네'하고 웃을 수 있는 음악적 표현을 할 수 있다면 그게 아마 내가 '음악'이라는 예술 장르를 즐겁게 여기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밖에 느낀 점은 하인즈홀도 역시 3층보다 1층이 비주얼이나 음향이나 좌석의 편함이나 모든 면에서 낫다는 거다. :)

IK

Saturday, April 12, 2008

시시껄렁한 일상얘기 04/12/08

오랜만에 쓰는 시시껄렁한 일상얘기.

1. 블로그에 글이 뜸한 이유는 한 두달 째 글 하나 잡고 있기 때문에다. 뭐 대단한 글을 쓰는건 아니고, 다시 말해 '될놈은 결국 되는가'에 대한 의문인데 사실 생각이 부족하다보니 진척이 느리다. 그리고 하나를 그렇게 잡고 있으니 다른거 쓰기도 뭐해서 그냥 그러고 있음.

근데 요즘 시시껄렁한 얘기도 정말 쓸게 없다. 앞에 저거 하나 써놓고 이미 소재고갈 -_-
흠 어떻게든 짜봐야지

2. 연구는 그냥 그렇다. 한달 전이 APS였는데 그 이후로 별로 좋아진게 없다. 역시 수업을 듣는데다가 조교질까지 하다보니까 확실히 뭔가 조용히 앉아서 공부할 시간이 적다. 뭐 물론 핑계겠지만. 하여간 3월 이후로 별로 진척이 없다. 이번 주말에라도 좀 열심히 해야겠다.

3. 어쩌다 생활 싸이클이 망가졌다. 지금 새벽 4시다. 원상 복귀해야할텐데 시차적응은 언제나 어렵다.

4. 피츠버그에도 이제 슬슬 봄이 온 거 같다. 며칠째 최저기온이 썹씨 10도정도이니 아무래도 이제 설사 추워진다 해도 그건 '꽃샘추위'일 뿐 오래가는 추위는 이제 다 지나간거 같다. 이제 곧 워싱턴 벚꽃축제도 할 즈음인데 그런거 같이 갈 사람 없나??? (요새는 무슨 글을 써도 결국 궁상으로 끝나는 듯.)

5. 아 그리고 지난번엔 발가락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었는데, 너무 많이 걸어서 어쩌다 염증이 생기면 그럴 수도 있다면서 x-ray는 이상이 없다고 그러면서. 하여간 그래서 지난 일주일간 걷기를 자제하면서 소염제를 같이 먹었었는데 결과 이제 좀 괜찮은 거 같다. 뭐 아직 안걸어봐서 모르는건가. 하여간 그런 일이 있었고,

아 이번에는 거의 두달만에 쓰는 거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쓸게 없다. 그만큼 삶이 반복적이라는 이야기도 될 수 있고, 사실 그렇기도 하고. 하여간 나중에 더 재미난 일이 생기면 다음에는 좀 더 재밌는 글을 써봐야겠다. (끝마무리까지 뭔가 아주 어색하다 -_-)

하여간, 살아는 있음.

IK

Saturday, April 05, 2008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04/05/08

C. Debussy, Sarabande & Danse
F. Chopin, Concerto No.2 in F minor for Piano and Orchestra, Op.21
C. Debussy, Jeux
L. Janacek, Sinfonietta
Emanuel Ax, Piano
Charles Dutoit, Conductor

이번 공연은 원래 그다지 갈 계획이 아니었는데, (사실 바빠서 요즘 공연에 대해서는 많이 잊고 있었다.) 자주 공연에 같이 다니던 분이 어떻게 공짜표가 생겼다고 그래서 갑자기 같이 가게 되었다. 이번 공연의 특이한 점은, 내가 아는 곡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사실 레퍼토리에 끌려서 공연에 가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대개 한 곡정도는 내가 아는 곡인 경우가 대개인데, 이번에는 정말 특이하게도 아는 곡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곡이 더 많긴 하지만 말이지.

하여간, 일단 Dutoit나 Ax나 예전에 연주를 갔었던 경험이 있다. Ax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했었고, Dutoit는 요즘은 Philadelphia와 Royal Phil에서 지휘한다는데 지난 20년간 Montreal에서 지휘를 했었다네. 아무래도 Quebec주가 프랑스 인구가 많은 지역이니, 그걸 생각하니 아무래도 선곡이 이해가 됐다. 드뷔시야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이고, 야나첵은 체코 사람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베토벤 브람스로 연결되는 선상에 있는 사람은 확실히 아니다. 사실 야나첵은 작곡가보다 야나첵 필하모닉으로 더 이름이 익은거 같다. 야나첵 사중주도 유명하지. 물론 유명하다는 거만 알고 직접 접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여간 예전에 Dutoit의 연주는 상당히 인상깊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찾아봤는데 마땅히 남긴 기록이 없는거 같은데 (기록을 남긴거 같은데...) 하여간 '이름값을 하네'라고 생각했던거 같다.

하여간 오늘 공연은 결과론적으로 그저 그랬다.

첫 곡인 드뷔시의 Sarabande and Danse는, 드뷔시가 작곡하고 라벨이 오케스트레이션을 한 곡이라는데, 역시 나는 드뷔시나 라벨이나 좀 아직은 멀게 느껴진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사라방드는 뭔가 전통적인 사라방드적인 이미지가 전혀 없고, 멜로디가 딱히 귀에 박히질 않고 대체 곡의 주제는 뭘까... 하고 있는데 갑자기 끝나버렸다. 끝나는데 화음이 클래시컬 하게 마무리 되는 거도 아니라서 끝나는 지도 몰랐다. 이건 뭥미... 사실 곡에 대해 모르면 연주가 어땠는지 말하기도 참 그렇다. Danse도 마찬가지로. '이건 좀 리듬감이 있는게 좀 댄스라는 말이 어울리네' 정도의 감상정도다. 하지만 더 이상 인상적이지 않았고.

Ax의 쇼팽은 이번에도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거의 기립박수치던데, 난 그럴만한 연주였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 곡을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삑사리처럼 들리는 이상한 화음도 없었고, 그냥 무난하게 연주 잘 했는데 그냥 그저 기계적인 연주였다. 처음부터 일정한 템포, 변화없는 다이나믹, 잠시도 틈이 없는 호흡. 뭐 정말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나마 파워풀하기라도 하더니, 나중에 가니 연주자가 지친건지 내 귀가 지친건지 더 이상 아무 느낌 없는 다이나믹이 지속되면서 지겨워져버렸다. 뭐 이만하면 거의 혹평 수준인데-_- 뭐, 테크니컬하게는 흠잡을 데 없이 매 순간 순간 정확한 건반을 누르긴 했다. 그저 그 이상이 없었다는게 아쉬운거지. (여전히 혹평인가 -_-)

사람들이 박수를 많이 치니까 앵콜을 했다. 역시 쇼팽의 Grand Waltz in Af, Op.34-1을 했는데, 역시 마찬가지다. 정확한 연주고 잘 굴러가는 연주이긴 했는데... so what? 키신 연주를 보면 키신이 항상 정확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키신은 음표와 쉼표의 템포를 잘 조절하여 클라이막스를 만들 줄 안다. 모든 음악이 클라이맥스가 있어야 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지루한건 사실이더라.

인터미션이 끝나고, 다시 드뷔시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Jeux. 난 프랑스어를 모르는데 아무리 듣고 있어도 Jeux가 무슨 뜻일지, 어감이 어떤 어감인지 전혀 감이 안잡혔다. 그래서 결국 프로그램을 열고 해설을 읽는데 'Game'이라는 뜻이란다. 여전히 뭥미 ㅡ.ㅡ; 하지만 그 다음줄을 읽어보고 좀 이해가 됐다. 이 곡은 남성 댄서 한명, 여성 댄서 두명이 공연하는 발레를 위한 음악으로, Jeux(Game)의 의미는 프로그램의 표현을 빌리자면, 'the erotic games of flirtation, pursuit, resistance and yielding'이란다. 이쯤 되니 음악이 살짝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순간 표제음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는게 음악을 이해함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하여간 음악은 정말 스포츠 게임이라면 굵고 직선적인 멜로디여야 할거 같은데, 상당히 멜로디가 가늘고, 주로 바이올린과 첼로의 수석이 대화하듯이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멜로디가 monotonic하지 않고 되돌아오는 느낌이 있다는 면에서 상당히 '남녀가 벌이는 게임'이라는 면이 이해가 됐다. 이 곡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들어보고 싶은 곡이다. 하지만 왜 여성 댄서가 두명이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부러울(?) 따름이다.

마지막 곡은 야나첵의 '신포니에타'. 이 곡은 좀 포스가 남달랐다. 일단 플룻이 네대나 되는데, 이정도면 좀 많다 정도인데, 트럼펫 12대, 트롬본 네대, 투바 네대, 거기에 베이스 트럼펫 세대, 베이스 투바(이 악기는 하다못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투바가 더 베이스일 수 있어? -_-) 이쯤되면 대략 덜덜덜... 역시 예상대로 현은 관에 묻혀서 소리 한번 제대로 안들리고. 게다가 핀란디아처럼 현이 반주해주고 관이 멜로디하는 거도 아니고, 관이 멜로디도 하고 반주도 하고, 현은 왜 앉아있는건지... 더더욱 이해가 안되는건 트럼펫이 그렇게 많은데 동시에 연주되는 성부는 두개인 거 같았고, 아무리 좋게 봐야 세개정도 되어보였다. 이쯤 되면 트럼펫을 많이 넣은 것은 볼륨을 위해서!라는 결론이 나는데 이쯤되면 한번 더 덜덜덜... 말러에서도 호른이 10대쯤 나오는데, 이거와는 비교도 안되게 호른의 이용이 제한적이고 훨씬 더 우아하다. 야나첵은 좀 관악기 리소스를 좀 낭비하는 듯 했다. 친척중에 취직이 안된 관악기 전공자라도 있었던 걸까. 뭐 썩 맘에 드는 곡은 아니었다.

뭐, 지난번에는 Dutoit의 연주에 상당히 즐거웠는데 오늘은 일단 레퍼토리부터 생소했고, 게다가 별로 와닿는 멜로디도 아니라서 그냥 금방 홀을 떠났다.

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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