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타부'이라는 게 있다. '타부'는 종종 사람들 간에 불편함을 어느정도 가려주어 너무 노골적인 싸움이 일어나게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종종 그러한 '타부'는 불편한 진실을 가리기고 가식적인 깨끗함을 보이기도 한다.
내가 노무현이라는 존재를 처음 안 것은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인데, 아마 2001년이나 2000년 즈음이었던 거 같다. 당시 어느 연유에서였나, 카이스트에 그가 왔다. 당시 이슈는 뭐였던가, 하여간 그 당시 어느 이공계 대학에서 그렇듯 강연 내용이 뭐였던 간에, 결국 질문 답변 시간에 '이공계 기피' 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마련이었다. 난 당시 많지 않지만 꽤 많은 정치인의 이공계 관련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누구도 '학문의 자존심', '이공계 장학금', '과학자를 존중하는 사회', '과학교육 강화' 따위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날 그 강연에서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과학자가 자신의 일에 대해 적당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을 그 이공계 문제의 근원으로 이야기하는 순간 난 그의 팬이 되었다. '돈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이상과 미래를 이야기하는데는 타부였고 다른 사람 모두 진실을 알면서도 인정하기를 거절하고 있었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언론은 자극적인 제목을 좋아하고, 깊은 이야기와 진실을 이야기하기 꺼리기 때문에 나중에 대통령 노무현은 실제 그와 다른 이미지로 사람들한테 인식되어 "모든게 노무현 때문이다" 식의 유머도 한때 유행했다. 그리고 언론에 의해서 경박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곤 했는데, 보도되지 않은 그의 말을 다 알게 되면 그가 한국에서 지난 60년간 존재했던 어떤 정치인보다 솔직하고 문제의식이 있었으며, 또 문제의 핵심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했다. 그리고 한사람 한사람의 의지보다는 시스템에 의지하려고 많은 제도를 손보고 새로 만들려고 했던 진정한 우파였으며 동시에 때로는 민중 한사람 한사람을 생각했던 좌파이기도 했다.
중국 고사 중에 '오십보 백보'라는 말이 있는데 전쟁에서 무서워서 50보를 뒤로 도망한 자들이 100보 뒤로간 자들을 겁쟁이라고 놀리던 것을 냉소하며 50보다 100보다 도망간 것은 똑같으니 같은 놈들이라 하는 이야기인데, 이러한 패러다임이 우리 사회에서 너무 무분별하게 지배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불법 정치자금을 쓰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다. 대선 전부터, 한나라당의 경쟁 후보들이 수백억을 대선에 쳐부우면서도 불법 자금이 없다고 주장할 때, 그의 1/8을 쓰면서도 정치자금법을 현실적으로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말을 아주 잘했기 때문에 때로는 포퓰리스트, 입으로 정치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아마 그의 연설을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의 인식일 것이다. 그는 내가 아는 한 언제나 문제의 핵심을 찌르고 후퇴하지 않았다. 종종 누구나 동의할 해답을 찾지는 못했을 지언정.
100보를 간 자들이 1000보를 간 자들이 10보를 도망간 자를 '너는 도망가지 않겠다더니 10보나 도망갔다'며 비난하고 전쟁에 나서지 않은 자들에게까지 '그가 겁쟁이더라'라고 말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다. 정치는 돈이 필요하고 비현실적인 정치자금법에서 누구나 100보를 도망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때 10보를 도망한 것은 진보다. 누구나 정치인은 다 똑같다고 말할 수 있지만 똑같지 않다. 90보도 100보보다는 낫다.
노무현, 그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이 사회에 하나의 현상이었다. 그가 스스로 돈이 받은 것이 부끄러워 몸을 던졌건, 억울하여 몸을 던졌건, 그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중요할 수도 있다.) 나도 대통령 당선날까지 노사모 회원이었는데, 내가 사랑했던 한 용기있던 사람이 이제는 편히 쉬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정치인들(유시민, 이해찬 et al.)은 그의 과오 위에서 또 다른 진보를 이뤄내기를 바란다. 특히 검찰의 혐의사실 언론에 흘리기에 대해서는 빨리 정치권에서 제도적 보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할 것이다.
Be at peace, my h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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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May 25, 2009
노무현 전 대통령
Posted by
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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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May 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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