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12, 2009

루저

뭐 딱히 심각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예전에 피츠버그에 'Winners'라는 한국식당이 있었다. Forbes와 Oakland Ave가 만나는 곳의 Joe Mama's 맞은 편 지하, 지금은 Taiwan Cafe라는 곳이 차지한 그 자리에 있던 곳이었는데 순박해보이는 한국인 부부가 요리를 하고 계셨다. 뭐 노부부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그냥 중년이라고 하기에는 좀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그런 분들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요리는 좀 별로였다. 가격은 저렴했다. 4불이면 새우볶음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옆에 hot sauce를 두지 않고 그냥 먹기에는 좀 부담스러울 정도로 기름이 많은 음식이었다. 맛은 없었지만 일단 가격대 자체가 저렴했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그다지 가지 않고 오히려 중국 친구들이 좋아하던 그런 음식점이었다. (문에는 흰종이에 붓글씨 세로쓰기로 '韓國食堂' 이라고도 쓰여져 있었다.) 한국에 따지자면 기사식당이나 아니면 연대 뒷골목에 있는 '연희식당' 정도의 분위기정도였는데 현금만 받는 덕인지 아저씨가 그래도 렉서스를 몰고 다닌다고 해서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있다.

하여간 그 집에서 맥주 판매 허가를 받아놓고 맥주를 팔았는데, 종류가 많거나 좋은 맥주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예상하다시피 가격이 비싸지 않고 한두캔씩 지나가면서 사기에 좋았기에 꽤 장사가 되지 않았나 한다. 그런데 맥주 냉장고 앞에 이런 경고문이 있는 것을 보고 박장대소 했던 적이 있다.

"If you deceive your identity, then you are a loser."

'Winners'에서 남의 아이디 보여주고 맥주 사면 loser된다.

IK

P.S. 그냥 지나가는 생각인데, 사람들이 이른바 '루저녀' 신상 까발리고 인생 반쯤 종쳤다 뭐 그러는데, 난 오히려 그 사람 개인을 위해서는 좋은 전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당사자 이외에는 잘 모르는 일이라서, 이렇게 '대외적'으로 이미지를 구겨도 한사람 사람간 개개인의 관계에서도 잘 안되는 것은 아닐 뿐더러, 이렇게 대놓고 '난 180 이하는 싫다'라고 함으로서 아마 이 사람 자기가 원하는 180 이상의 남자 수월하게 만나게 될 거 같다. 게다가 한 2년만 지나면 다들 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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