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PSO를 안가지 않았지만 일이 바빠서 기록을 못했다. 그동안 갔던 것들은
02/06/09 - Borelo
02/22/09 - Carmina Burana
02/27/09 - Dvorak No.8
이 있지만 사실 시간도 지나고 기억이 안나므로, 생략하고 오늘 것으로 쓴다.
A. Webern, Passacaglia, Op.1
E. Korngold, Violin Concerto in D major
F. Schubert, Symphony in C Major, "Great"
Nikolaj Znaider, violin,
Gianandrea Noseda, conductor
베베른의 파사칼리아는 처음 들어보는 곡인데, 처음 시작하니까 구조가 단순하게 다가왔다. D-minor로 시작하여 단순한 음 네개짜리 기본주제가 B-f로 이조하여 반복되는 패턴을 가장 기본으로 하여 푸가 식으로 확장이 되는데, 곡 자체가 오케스트라이다 보니까 단순한 주제에서 2성, 3성으로 가다가 결국 베베른식의 무한대로의 발산... 다시 말해 조용하게 시작한 곡은 매우 시끄럽게 끝난다.
그리고 콩골드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해 말하기 전에 슈베르트에 말하자면, 슈베르트의 9번 C장조 교향곡은 'Great'라는 부제가 달릴 만큼 규모도 크고, 전반적으로 아주 우아한 곡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오늘 연주 매우 불만족스러웠다. Noseda라는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는 자기 기분에 심취에서 감상에 방해가 될 정도로 큰 모션으로 지휘대 위에서 거의 춤을 추다시피 했다. 그리고 예컨대 각 파트가 들어오는 부분에서 큰 모션으로 '들어오라'라는 지시를 하던데,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해본 내 경험으로, 그런 지시는 거의 쓸데가 없고, 오히려 연주자를 다급하게 해서 전체적인 호흡을 빠르게 하는 안좋은 효과가 있다. 연주자들도 악보를 다 보고, 프로 쯤 되면 어디서 들어와야 하는 지는 대충 다 안다. 이런 것은 주로 독불장군 식의 지휘자에게서 많이 나오는 모습인데, 결과적으로 연주를 잘했으면 몰라도 이런 연주에서는 excuse가 안된다.
하여간 처음에 6개 음으로 이루어진 서주에서 부터 호흡이 너무 빨랐다. 호른이 실수를 하긴 했는데, 내가 봤을 때 지휘자가 그렇게 유도한 면이 어느 정도 있는 거 같다. 1악장 내내, 마치 주페의 경기병 서곡을 듣는 것과 같은 다급함과 강함이 느껴졌다. 슈베르트, 특히 그 9번 교향곡을 연주하는 데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2악장은 Andante인데, 이 마저도 거의 Allegro의 속도로 연주하는 '만행'이라고 말고는 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전체적으로 템포가 빠르다 해도 필요한 부분에서 적당히 완급이 조절되면 듣기 좋을 수 있는데 그런 완급 조절도 없었다. 3,4악장도 마찬가지다. 마치 창을 든 기사가 달려가듯이 빠른 템포와 포르테 위주의 연주를 방정맞은 모션으로 유도하는 지휘자. 돈 받고 연주하는 사람 중에 최악이었다. 뭐가 그리 급한지.
다만 오늘 이 연주회가 아깝지 않은 이유가 있었으니, Nikolaj Znaider가 연주하는 Korngold의 협주곡은 매우 훌륭했다. Znaider는 1741년 Guarneri del Gesu 'Ex-Kreisler'를 들고 나왔다. 첫 음을 그을 때부터 영롱하게 울리는 악기의 소리는 정말 거짓말 안보태고, 오래된 음반에서 듣던 클라이슬러의 톤을 듣는 기분이었다. E현의 두 옥타브 위의 음에서도 악기는 여전히 강하게, 잡음 없이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바이올린 소리 중에 제일 아름다웠다. 연주 자체도 역시 훌륭했다. Korngold의 곡은 음의 높낮이가 빠르게 변하는 곡이기 때문에 어설픈 슬라이딩과 부정확한 음이 나오기 쉬운데, 그런 것 없이 아주 깔끔하게 연주를 잘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리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감동적이었던 연주였다.
바이올린 연주에서 악기와 연주자가 영향이 얼마나이냐 하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아주 많은 주제이다. 클라이슬러나 엘만처럼 소리로 유명했던 연주자라도 5만원짜리 공장제 바이올린으로 그런 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고, 비슷하게 내가 과르네리를 잡는다 해도 그 소리를 내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내 경험적인 생각으로, 악기의 퀄리티는 약간 upper bound역할을 하는 거 같다. 그런 면에서 Znaider가 좋은 소리를 만든 것은 Ex-Kreisler에만 공을 돌릴 수 없다. 결국 연주를 하는 것은 연주자인 탓이다.
Kreisler도 작곡을 많이 했는데, Korngold와도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는 스타일 같다. 고음을 즐겨 사용한다는 점과, 바이올린이 처음에는 주제를 담당하다가 나중에 반주와 섞여들어가는 부분이 있다는 부분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인데, Kreisler가 쓰던 악기로 Korngold의 음악을 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은 훌륭한 고악기 하나가 100년의 시간을 넘나들어 만드는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IK
Sunday, March 29, 2009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03/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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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arch 2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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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23, 2008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11/23/08
지금 쓰는 이 글은 연주회가 끝나고 무려 한달이 넘은 시점에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각각 연주에 대한 디테일은 많이 빼고 전반적인 인상만을 적도록 하겠다.
L. van Beethoven,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No.4 in G major, Op.58
A. Bruckner, Symphony No.4 in Ef major
Garrick Ohlsson, piano
Manfred Honeck, conductor
두달여만에 들은 연주였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과,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모두 굉장히 친숙한 곡이기 때문에 많이 기대를 하고 갔다. 결론적으로 베토벤의 경우에는 테크니컬하게는 흠잡을 데가 없는 연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고, 브루크너는 훌륭했다.
베토벤의 4번 협주곡은 구조적으로 굉장히 특이한 협주곡에 속하는데, 다른 일반적인 협주곡은 오케스트라가 전주로 주제를 제시하면 독주악기가 그를 받아오는 형식을 취하는데, 베토벤의 4번째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전주가 있기 전에 독주악기가 먼저 주제를 제시한다.
피아니스트는 굉장히 깔끔한 연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아마도 다이나믹이 부족한 연주를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베토벤 5번만치는 아니지만 굉장히 피아노가 강함이 있게 연주되어야할 부분이 종종 있는게 4번인데, 소리가 특별히 작지는 않았는데 너무 포르테와 피아노가 구분이 안되는 평이한 다이나믹이어서 곡의 기승전결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반면 테크니컬한 부분에서 연주자는 실수 없는 연주를 보여줬다.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디테일은 좋았으나 구조적으로는 평이한 연주였다.
브루크너의 경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Manfred Honeck이 지휘하는 PSO는 이번이 두번째라고 생각되는데, 굉장히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오케스트라 전체가 지휘자가 의도하려는 방향으로 잘 따라오는게 밖에서 듣는 사람들도 느껴진다. 게다가 현의 단결된 모습은 역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브루크너의 4번 교향곡은 부제가 Romantic인데, 그렇다고 해서 곡이 딱히 로맨틱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1악장은 시작과 더불어 금관에서 나오는 멜로디, Bf—E-EBf의 간단한 주제와 그의 대위법으로 인한 변주를 반복한다. 2악장은 내가 흔히 말하는, 베토벤 7번 2악장과 더불어서, ‘모든 음악중에 제일 좋아하는 테마’라고 하는 악장이다. 2악장은 다른 악장에 비해 조금 더 멜로디가 중심이 되는 악장이고, 3악장은 빠를 스케르초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3악장도 어느정도, 특히 1,4악장을 포함해서 이 곡은 로맨틱하다기보다는 약간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여 쓰여진 고전적인 곡이라 보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단순한 주제가 겉으로 드러나고, 그 주제를 얼마나 잘 숨기고 혹은 잘 드러내느냐가 얼마나 이 곡을 잘 연주했느냐 하는 키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날 연주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훌륭했다. 일단 파트별 볼륨의 밸런스가 잘 맞아서 서로 주제를 주고 받음에 있어서 주제가 과장되거나 혹은 주제가 묻히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2악장에서 멜로디의 진행이나 3악장의 박자감도 우수했던 거 같다. 하여간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디테일도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구조적으로도 훌륭했다.
이번에는 게을러진 관계로 한달이나 늦는 감상문을 올린다. 실제 작성 완료 날짜는 12월 27일 동부시간으로 5시 25분이지만 11월 23일로 날짜를 바꾸어 포스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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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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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27, 2008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09/27/08
John Adams, Short Ride in a Fast Machine
P. I. Tchaikovsky, Concerto in D major for Violin and Orchestra
G. Mahler, Symphony No.1 in D major
Joshua Bell, violin,
Manfred Honeck, conductor
오늘은 2008-2009 시즌 개막 연주였다. 레퍼토리로 선정된 곡이 워낙 유명한 곡들에다가 앞으로 당분간 (아마 오래) PSO의 musical director가 될 Manfred Honeck이 상임 지휘자로서 첫 연주를 하는 날이라 역시 사람들이 꽉 찼다.
일단 trivia를 좀 적자면, PSO는 역사적으로 많은 훌륭한 지휘자를 배출해냈다. Otto Klempler, Fritz Reiner, Willian Steinberg, Andre Previn, Lorin Maazel, Marris Jansons가 1920년부터 2004년까지 PSO을 이끌다가 Jansons가 Royal Concertgebouw로 옮겨간 이후 2004년부터 2007년까지 Andrew Davis라는 사람을 'Artistic Advisor'라는 이름으로 임시로 앉혀놓는다. 그러다가 올해부터 Manfred Honeck이 새로 Musical Director의 직함으로 다시 부임을 했다. 내가 알기로 이 계약은 일단 종신직이라 알고 있다. Honeck은 사실 내가 잘 모르던 사람인데 일단 위키페이지에서 대충 볼 수 있고, 보다시피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비엔나에서 공부한 연혁으로 사실 말러에 대해서는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다. 아직 Honeck이 Klempler나 Reiner등의 역사적으로 잊혀질 수 없는 초대형 거장들, 그리고 Previn, Maazel, Jansons등의 살아있는 거장들과 견주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겠으나 오늘 연주를 듣고 그래도 역시 전임자들에 비해 부끄럽진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임자들에 비해 부끄럽지 않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칭찬인지는 Klempler나 Reiner등이 얼마나 이름이 높은 사람들인지 강조해도 부족할 거 같다.)
하여간 첫 곡, (곡 이름이 너무 길어 기억하지 못하는) Adams라는 사람의 곡은, 이름에 비해 짧았다. 대충 4-5분의 간결한 곡이었는데 곡 전체를 지배하는 퍼커션이 인상적이었다. 난 이미 이 곡에서 말러가 어찌할 지 대충 감이 잡혔는데, 퍼커션이 곡 전체를 지배함에도(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구하고, 현이 상대적으로 아주 active했다. 이전에도 PSO의 현 파트는 활의 사용 부분까지 맞추는 통일성과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지만, 오늘은 그거보다 한단계 진일보한 활의 사용이었다. Honeck이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이라 그런지, 활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제대로 지시를 받은 듯 했다. 다시 말해 보잉이 편한 보잉에서 소리가 좋은 보잉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지휘자의 바통의 움직임을 따라 연주방식이 적절히 변하는게, 지난 시즌 연주에서 보이던 지휘자가 하던말던 하던대로 하는 나쁜 습관이 많이 없어진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관/타악기가 주를 이루는 곡에서 현이 죽지 않았다는 게 왜 중요하냐면, 관/타악기에 비해 현악기는 표현력이 훨씬 좋다. 내 입장에서 현을 관/타악기 소리에 묻히게 연주한다는 것은 세심하고 미세한 표현의 자유도를 줄이고 다만 큰 소리로 관객을 공갈하겠다는 의지로 보일 뿐이다. 하여간 그래도 이해할 만한 곡에서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지휘자의 자신감의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말러를 하기 전에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이 있었는데, 협연자는 Joshua Bell이었다. 이 냥반은 유명하긴 한데 실제 연주를 들으면 좀 듣기 싫은 종류의 연주자인데, 난 그래서 왜 이 사람이 유명한가 아주 궁금했었다. 그러다가 예전에 이 사람이 연주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음반을 산 적이 있었는데 음반은 좋더라. 그래서 당시에 나는 내가 콘서트에 갔을 때 컨디션이 안좋았겠거니 했었는데 오늘 연주를 듣고서 라이브에 약한 연주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시작할 때 보면 대충 3도를 간격으로 솔로이스트가 A4에서부터 E6까지 올라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 사이 음들이 너무 잘 안들렸다. 다시 말해 좋은 연주는 every single note를 다 연주하는 연주이어야 할진대, 전반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생각했는지 너무 많은 음표를 대강 날려버렸다. 그래서 흐물흐물한 연주가 되어버렸다. 또 그 부분은 triplet 두개 + 16분음표로 그려져있어서 앞의 6개 음표와 뒷 4개 음표가 속도가 달라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섬세한 표현도 포기하셨다. 그부분 뿐 아니라 꾸밈음 같이 생긱 부분은 모두 날려버렸는데, 물론 안한건 아니다. 다만 너무 성의가 없었다는 거다. 점입가경으로 카덴짜에서는 8도화음에서 낮은 음들을 아예 생략하시더라. -_- 3도 하모닉스도 음정이 제대로 맞는게 없었고.
2악장은 들어줄 만 했다. 하지만 2악장은 나도 연주할 수 있는 곡이기 때문에. 넘어가고. 3악장은 전반적으로 이 사람이 힘이 빠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활의 움직임이 둔해져서 활이 빨리 이동하지 못해서 전반적으로 활을 조금 쓰고, 속도로 쳐져서 오케스트라가 높여주는 긴장감의 맥을 풀어주는 역할밖에 하지 않은 듯 했다. 난 이 시점에서 눈을 감고 들어봤는데, 오케스트라와 솔로이스트의 소리가 완전히 격리되서,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며 각각 내 좌우 100m에서 서로 각자 연주하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경우 나는 오케스트라와 솔로이스트 둘다 점수를 주지 않는데, 오늘의 어울리지 않음은 주로 솔로이스트가 부지런히 활을 움직이지 않아서라고 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 연주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은,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아무나 데리고 나와도 이만큼은 하겠지 싶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의 박수소리는 우레와 같던데, 역시 비주얼 이펙트가 중요한거 같다. 열심히 하는 척 헤드뱅잉을 해대니 사람들은 좋아할 수밖에. 하지만 난 오늘 악장 사이에서 박수를 쳐댄 청중들한테도 제발 귀를 열고 들어보라고 하고 싶다. 앞에 보여지는 쿨하게 생각 바이올리니스트가 헤드뱅잉 하는 거 보고 착각하지 말고, 눈감고 들어보라고. 음악은 그저 취향일 뿐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예술성이 있거나 없는 연주는 존재한다. 간장게장을 좋아하는 거나 양념게장을 좋아하는 것은 취향차지만, 킹크랩보다 게맛살을 좋아하는 건 천박한 식성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오늘 Bell의 연주는 프로의 연주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이러다가 귀만 높아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는데 -_-
하지만 말러는 대단했다. 내가 들어본 말러 연주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단점이라면 지나치게 긴장감을 줘서 한시간의 연주가 끝나고 나니 내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져있었다는 것. 말러가 처음 이 곡을 작곡했을 때 이 곡은 현재의 1악장과, 2,3,4악장이 한데 묶인 전/후반부 스타일이었는데 그래서 1악장은 사실 아주 긴 서주 같다는 느낌이 든다. 1악장 전체적으로 A음이 팽팽하게 베이스가 되는데, D장조음에서 A음이면 5도화음에 해당하는 음으로 앞으로 뭔가 더 일어날거 같은 그럼 느낌을 주는 화음이다. 이 A음이 한 순간도 흐트러짐 없이 intense하게 유지되어서 아마 곡 전체를 두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 같다. 1악장 멜로디가 나오는 잠시, 그리고 2악장에서 아주 잠시 긴장을 놓을 수 있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3악장의 'Are you sleeping, brother John?'변주곡은 principal bassist가 아주 침착하고 훌륭한 연주를 했다. 곧이어 각 파트가 돌림노래로 주제를 연주하고 웅장한 4악장도 잘 연주가 되었다. 맨 마지막 끝나기 대략 10마디 전쯤에서 현이 드디어 관에 밀리기 시작해서 좀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현은 있는 힘껏 파워풀한 연주를 했다. 하지만 연주 전체를 두고 봤을 때 Honeck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긴장감'이었던 듯 하다. 아마도 긴장감은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았던 빠르기와 정확한 음정으로 만들어진 말러의 의도된 불협화음, 그리고 긴장을 풀어줄 때 제대로 풀어준 파워풀한 관 등등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주 내내 목이 빳빳했다.
말러 1번은 'Titan'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그래서 '거인이 어쨌다고'에 대해 연주의 해석이 갈릴 수 있다. 전체적으로 D major인 곡이지만 3악장은 단조다. D장조가 되기 위해서는 sharp이 3개 붙어야 하는데, F, C, G, 이렇게 세 개다. 하지만 3악장에서는 F가 natural이고 B 하나에만 flat이 붙는 D minor가 된다. 보통 말러 2번 교향곡 'resurrection'에 대비시켜서 3악장을 장송곡으로 말하여 1번의 주제가 '거인(의 죽음)'으로 생각하는 음악가도 많은 거 같은데, 아무래도 오스트리아 태생의 지휘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 하다. 거인은 4악장까지도 살아있었고, 첼로와 비올라와 베이스가 그 큰 발자국 소리를 냈다. 아마 거인이 1악장에서 잠에서 깨어나 4악장에서는 완전히 걸어나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긴장감이 조성된 느낌이다.
보통 말러의 교향곡을 말할 때는 1번의 거인과 2번의 부활을 연결시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구조적으로 2,3,4번을 묶는 경우가 훨씬 많다. 자신의 가곡에서 주제를 따와 각 악장이 coherent한 구조를 가지는 2,3,4번과 보다 고전적으로 작곡된 5,6,7번, 그리고 좀 더 진보적인 8,9,10이 작곡 기법적으로 확연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아직까지 1번을 2,3,4번과 엮어서 1,2,3,4번을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1번의 경우도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에서 주제를 가져왔으므로 2,3,4번과 엮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처음에 1번이 교향시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따로 분류한다는 생각이 든다.)
3악장을 장송곡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말붙인게 아니라 말러 자신이 적어놓은 것인데, 오늘 Honeck의 연주를 보면 확실히 3악장이 장송곡 풍이 아니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앞뒤 2,4악장의 맥락으로 봐서 별로 거인의 생명력을 줄일 생각인 없었던 거 같다.
결론적으로 '긴장감'이라는 테마가 얼마나 의미있는 해석이고, 혹은 3악장이 말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썼는지는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오늘 Honeck이 제시한 테마는 내가 이 곡을 지금까지 들으면서 이렇게까지 강조된 것을 본 적이 없었고 따라서 몇주 후로 예정된 말러 2번에서 지휘자가 어떻게 곡을 풀어나갈지 호기심이 든다.
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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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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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ne 14, 2008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06/14/08
G. Faure, Requiem, Op.48
C. Saint-Saens, Symphony No.3 in C minor, Op.78, "Organ Symphony"
Yan Pascal Tortelier, conductor
오랜만에 PSO공연. 2007-2008 시즌 마지막 공연이었다.
일단 첫 곡 포레 레퀴엠. 사실 나는 이 곡이 처음이다. 모차르트, 베르디, 브람스 레퀴엠 등과 함께 인기 있는 레퀴엠 중 하나이고, 게다가 다른 레퀴엠들과는 형식적으로 많이 다른, 종교적 색채가 적은 레퀴엠으로 많이 이름이 나 있는 곡인데, 이상하게 이 곡을 가까이 들을 기회가 없었다. 최근에도 CD를 살까 하다가 그냥 공연에서 처음 들어보기로 하고 말았다.
하여간 첫 느낌은 예상과는 달리, 아주 조용한 곡이었다는 거다. 낭만음앗 시대에 만들어졌고, 종교적 색채가 적다고 하고, 게다가 오르간에 하프를 두대씩이나 사용하는 편성을 생각하면, 관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곡이 아닐까 하고 예상을 했던 것이 사실이고, 모차르트 레퀴엠보다는 베르디의 분위기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모차르트도 아니고 베르디도 아니고, 그저 포레일 따름이었다. 세자르 프랭크나 드뷔시의 곡에서 느껴지는 프랑스적인 분위기가 전해져왔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형식이었다. 일반적으로 레퀴엠들은 최소한 Requiem, Kyrie Eleyson 다음에 Dies Irae와 Tuba Mirum 이렇게 세 곡이 이어지는 패턴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데, 포레의 곡은 Introitus and Kyrie라는 첫 악장이 실질적으로 Requeim and Kyrie eleyson의 역할을 하고, 바로 Offertoire이 나왔다. 그리고 그 이후로 Sanctus가 나오는데, 사실 Offertoire(봉헌곡)와 Sanctus(거룩하도다)는 다른 레퀴엠에서는 중간에 분위기를 바꾸는 용도로 많이들 쓰이는 Lacrymosa(눈물의 날) 이후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포레의 경우는 Lacrymosa는 아예 등장하지 않고 Sanctus 이후에 Pie Jesus(Blessed Jesus)라는 생소한 악장이 있었고, 그 이후에 Agnus Dei와 Libra Me가 뒤따라 나왔다. In Paradisum이라는 역시 또 생소한 악장이 나오는데, 보통 레퀴엠에서 마무리는 Requeim and Kyrie Elsyson을 반복하는 것과 다른 점이라 하겠다.
형식적인 면 말고도 개개의 가사도 상당히 흥미로왔는데, 예를 들면 봉헌곡의 가사를 보면 이렇다. (편의상 라틴어 가사는 빼고 영어 가사만 옮기겠다.)
O Lord, Jesus Christ, King of glory,
deliver the souls of the departed
from the torments of hell and
from the bottomless pit,
from the mouth of the lion,
lest Tartarus shallow them,
lest they fall into the darkness.
내가 이전에 들었던 레퀴엠의 가사를 다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저렇게 구구절절한 가사는 처음본다는 느낌이다. 교회에서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을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성직자가 아닌 사람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기도를 드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하나님은 무릎꿇고 기도드리며 사자의 용서를 구할 대상이 아니라, 바로 옆으로 다가가 왼손을 잡고 눈물을 떨구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이 된거 같은 느낌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음악 자체도 아주 조용하고 아주 멜로딕한 음악이었다.
연주적인 측면에서는 내가 처음 듣는 곡이기 때문에 세세히 코멘트를 할 수 없는 면이 있다. 흠을 잡자면 일단 무대 위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했다는 것. 합창단이 좀 어수선하게 일어나고 앉았다. 악장 사이가 너무 끊기는 느낌이었다. 합창단 포함 소프라노와 바리톤이 발음도 정확하지 않았다. 반면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괜찮았다. 하지만 PSO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오늘도 좀 보였는데, 지휘자의 페이스를 좀 늦게 따라오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지휘 모션에 비해 연주가 좀 감정이 덜 실렸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두번째곡 생상의 세번째 교향곡. 이 곡은 나도 연주한 적이 있다. 예전 글 중 하나에서 마지막 문단에서 잠시 언급했었다. 하여간. 나름 연주했던 곡이고 연주했던 곡 중에서도 좋아하는 곡이라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처음부터 현이 서로 안맞았다는 것이다. PSO 현의 매력적인 부분중 하나가 아무리 빠른 트레몰로도 서로 잘 맞춰서 동기화가 잘 된다는 것인데 오늘은 별로 안그랬다. 퍼스트와 세컨드 바이올린 사이에서도 약간 시간차가 있었고, 각 파트 안에서도 트레몰로가 완전히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 곡을 해봐서 빠르고 어려운 곡이라는 건 아는데.. 그래도 좀 아쉬웠다. 기대 수준이라는 것이 있으니.
하지만 1악장의 Allegro부분이 끝나갈 때쯤 해서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Adagio에서는 아주 좋았다. 퍼스트와 관으로 이어지는 멜로디 연결도 아주 만족스러웠고, 이어 나오는 퍼스트와 세컨드 바이올린이 triplet을 주고 받으며 진행하는 부분도 아주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그 부분 제일 좋아하는데 아주 만족. 하지만 그 부분이 끝나고 2악장 들어가는 부분에서 분위기가 좀 바뀌는데 그 분위기의 transition이 약간 어색했다. 아마 다이나믹이 좀 어색하게 이어진 게 그 이유거나 혹은 페르타마타가 충분치 않았던게 아닌가 생각한다. 하여간 그 부분에서 moving한 음악의 분위기를 조금 가라앉히고 2악장을 넘어간다.
2악장은 16분 음표 스타카토 네개에 이은 4분음표 스포르잔도로 이어지는 음형으로 시작되는데 이게 아주 파워풀하게 연주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다시 퍼스트와 세컨드가 약간 out-phase로 가는게 아쉬웠다. 뭐, 내가 이미 악보를 다 읽었고 신경써서 들었기 때문에 잡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미묘한 느낌의 차이였다. 악장에서처럼 이런 미스매치는 곧 사글어들었다. 연주자들도 서로들어가면서 하니까 처음에는 좀 안맞아도 시간이 지날 수록 잘 맞아지는 경우가 많다. 2악장의 전반부는 그렇게 넘어가고.
2악장의 후반부 maestoso 들어서 본격적으로 오르간 사운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마 내 생각에 전자 오르간인거 같은데, 그 울림이 연주회장 바닥에서부터 전해져오는게 아주 느낌이 좋았다. 오르간 이외에 이 부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첼로였다. 2악장 후반부(4악장으로 취급될 수 있는)의 서주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CDFE|DFA 음형과 주제 부분인 EDEC|DEGA|G- 부분에서 내 기억에는 악보에서는 스타카토 정도를 지시했던 거 같은데, 다른 파트는 스타카토를 빨리 하는 정도에서 처리했는데, 첼로파트만은 거의 스피카토에 가까운 연주를 보여줬다. 사실 속도가 빨라지면 스타카토와 스피카토가 거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봤을 때 첼로파트는 의도적으로 스피카토를 한 거 같다. 솔직히 소리가 약간 좀 조화가 안되고 튀었다. 튀긴 했는데 그다지 거슬리지는 않았다고 하면, '술은 마시고 운전은 했으나 음주운전은 안했다' 수준의 발언이 되나? 하지만 정말 신기하긴 했고 passionate해 보이긴 했지만 거슬린 건 절대 아니었던 거 같다. 관에 대해 언급하자면 곡이 관을 많이 사용하지만 현의 비중도 꽤 높기 때문에 관이 특히 도드라지진 않았지만 충실하고 건실히 볼륨을 채워줬다.
이 곡의 '4악장'에 해당하는 2악장 후반부는 워낙 곡의 분위기가 자주 바뀐다. 재밌는 멜로디가 흘러다가가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어 장엄한 화음이 나오고, 화음이 지나간 후에는 또 다른 분위기가 나온다. 그래서 이 두 분위기를 어색하지 않게 이어주면서 전체적인 텐션을 너무 놓지 않는게 중요한 포인트 아닌가 하는데, 그게 참 잘 된 연주였다. 마지막 부분으로 가면서 지나치게 빨라지거나 느려지지 않으면서 마지막 코드가 나올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만 마지막 오르간이 조금 더 길게 여운을 남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여간 전반적으로 좋은 연주였고, 홀을 가득 채우는 오르간 소리가 멋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지난 한 시즌동안 좋은 연주들에 대한 마음으로 나도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기분 좋게 홀을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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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ne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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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pril 26, 2008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04/25/08
요즘 글 쓰는거 보면 거의 공부 안하고 콘서트홀만 다니는거 같은데...
P. Hindemith, Concert Music for Brass and Strings, Op. 50
W.A. Mozart, Concerto No. 3 in G major for Violin and Orchestra, K.216
R. Schumann, Symphony No.3 in Ef major, Op.97, "Rhenish"
Chee-Yun, violin,
Andres Cardenes, conductor
하여간 이번에도 다녀왔다. 무슨 일이 좀 있어서 전날 밤을 새서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에 갔다. 그래서 첫 곡 힌데미스는 기억이 없다. 사실 힌데미스 음악에는 관심이 없는게 아닌데 하도 피곤해서 안잘 수가 없었다.
두번째는 김지연님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G major인가? 아마 그럴거다. 사실 바이올린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한테 이 곡은 애환이 담긴 곡이다. 거의 유일하게 '배워본' 협주곡인 동시에 배우면서 선생님의 수많은 갈굼을 당해본 그런 곡이다. (아 물론 나는 이거 말고 다른 협주곡도 배워보긴 했다.) 뭐 그래서 처음에 프로그램을 보고는 '왜 하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듣고 싶어지는 그런 곡이고. 사실 그래서 이 곡은 프로가 연주한다고 하면 약간 스탠더드가 높아지는, 그런 곡이다.
하여간 처음에 일단 인상적이었던 것은 1악장 첫 도입부분과 3악장 마지막 마무리 부분을 솔로이스트가 같이 연주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솔로이스트가 그러지 않는 것을 생각해볼 때, 그런 식으로 오케스트라와 일치감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예상대로 이날 솔로이스트와 오케스트라는 상당히 잘 조화를 이루었다.
처음에 D-Bf-G 코드를 긋고 연주를 시작하는데, 살짝 out tune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702년에 만들어진 ex-Strauss라는 Stradivarius를 쓴다는데, 소리가 고음에서 상당히 분명하고 선명했다. 저음으로 가면 고음처럼 직선적이진 않은데 여전히 소리가 뭉퉁해지지 않았다. 역시 그리고 기대대로 1,2,3악장 모두 잘 넘어감. 3악장에서 약간 불안한 부분이 있었는데 사실 거기는 너무 쉬운 부분이라(=나도 안틀리는 부분이라) 의도한 건지, 내가 잘못들은건지 모르겠다. 어려워서 불안했을리는 없고...
정말 일관성 있고 전체적으로 오케스트라와 잘 어울리는 연주라서 딱히 어느 부분을 찝어서 이야기할 것은 없고, 생각이 나는 거라면 약간 멜로디라인보다는 화음의 흐름(?)이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면, 4/4박자 곡에서 8분음표로 멜로디가 이어진다면 한 마디 안에 8개의 음표가 생기고, 그 중에 4개의 음은 '정박'에 해당한다. 그렇게 '정박'와 '엇박'을 이루는 두개의 음표가 더블렛을 형성한다고 보면 되는데, 그 더블렛에서 첫음에 상당히 강조가 되었다는 거다. bow pressure나 speed로 보나, '정박'에 해당하는 음에 강조를 많이 둔 건 사실인거 같은데, 그로 인해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모차르트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가 되었다. 상당히 멘델스존 비슷한 분위기가 났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그리고 카덴차도 좋았다. 1악장은 제 2 주제를 조를 옮겨가면서 카덴차가 진행이 되었고, 2악장에서는 조옮김은 없었지만 옥타브 이동 등을 거치며 진행이 되었다. 1악장과 2악장 카덴차의 전개 양상이 상당히 달랐다. 게다가 처음 들어보는 거라서 직접 작곡하신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하네.
하여간 모차르트는 이렇게 잘 끝났고,
슈만 3번. 난 슈만 참 좋아한다. 브람스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 슈만음악도 좋아하는건 당연한건가. 슈만 음악 하면 브람스와 비슷하게 뭔가 꽉 짜여져있는 멜로디가 매력이고, 꽉 차는 듯 힘있게 진행하는 파워있는 연주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사실 음악이라는게 취향이라서 말하기가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이날 PSO의 연주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다른 말로, 내가 매 순간 기대하는 소리가 나왔다. 예전에 Andres Cardenes의 지휘로 PSO가 베토벤 4번인가를 연주한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상당히 변화 없는 평면 일변도의 연주에 별로 감흥을 받지 못한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상당히 다이나믹도 살아있고 좋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러 성부의 멜로디가 힘차게 진행되는 모습이 마치 서커스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위태위태 했다는게 절대 아니고, 모든 파트가 유기적으로 이어져서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 정말 시원시원한 느낌이었다.
슈만은 내 생각에 베토벤 다음으로 스케르초를 잘 쓴 작곡가인데, 이날 연주는 2악장 스케르초보다는 4악장이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장엄하게'의 뜻을 지닌 'Feierlich'라는 악상으로 주어진 이 교향곡의 느린 악장이다. (전체 5악장의 교향곡임) 너무 느리지 않으면서 적당한 빠르기로 진행이 된 거 같다. (사실 글 쓰면서 자발리쉬가 지휘한 드렌스덴 슈타츠 카펠레의 연주로 다시 듣고 있는데, 아마 연주회 당일 나의 다른 이유로 인한 멜랑꼴리한 기분으로 인해 느린 4악장이 더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홀을 꽉 채우는 진동이 내 몸을 감쌀 때 오랜만에 음악의 진정한 의미에서 일부가 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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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pril 20, 2008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04/20/08
J. Corigliano, Tournaments
S. Prokofiev, Concerto No. 2 in G minor for Violin and Orchestra
E. Elgar, Enigma Variations, Op.36
Leonidas Kavakos, violin
Yan Pascal Tortelier, conductor
2주만의 PSO연주였다.
일단 첫 곡은 Corigliano, 평소처럼, 그냥 그랬다. -_-. 이번엔 그래도 제목이 '토너먼트'라 뭔가 좀 와닿는 느낌일 까 했는데 역시 그다지... 토너먼트라면 뭔가 떠오르는 게 '경쟁' 그리고 그에 뒤이은 '승부의 결정'과 그에 따른 '승리자와 패배자 구도의 생성'인데, 많은 파트가 많은 부분에서 유니즌을 연주하며 서로 '경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승부는 결정되지 않고 나중에 연주가 끝나고 박수를 받을 때는 모두가 박수를 받으며 '승리자'의 역할을 했지 패배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게 바로 '윈-윈'게임의 토너먼트인가 -_- 하여간 나한테는 '토너먼트'라는 개념의 핵심인 거 같은 '패배로 인해 쫓겨남'의 느낌이 없어서 계속 그 느낌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감상의 시간이 끝났다. 차라리 여러 파트를 경쟁시켜서 지휘자가 승리하는 파트를 지정해줘서 나중에 그 파트만 일어서서 박수를 받으면 좀 제목에 어울리지 않았을까. (?) 이상하다고? 예전에 Corigliano가 작곡한 'Promenade Overture' (예전 글 참고)를 기억하는 나는 그런 식의 퍼포먼스가 오히려 Corigliano답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
두번째 곡, 프로코피예프 G단조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이거는 내가 들어본 곡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들어본 것은 다른 곡이었나보다(아마 1번을 들어본 듯). 하여간 처음 듣는 곡이었다. 하지만 프로코피예프라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곡은 참 잘 몰입되었다. 특히 2악장의 triplet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네 개의 화음을 느린 아르페지오로 반복해 진행하는 구조였는데, 화음은 계속 I-IV-IV-V (아마도)로만 오가지만 상당히 melodic하게 들렸다. 상당히 인상적인 악장이었다. 처음에 오케스트라가 반주로 행하던 화음 네개의 느린 아르페지오가 나중에 바이올리니스트의 피치카토 멜로디가 되는데, 그 과정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바이올리니스트 Kavakos에 대해서 인상적이었는데, 알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연주를 듣고 상당히 인상을 받았다. 일단 손가락이 아주 빨리돌아가고 인토네이션이 아주 정확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bow division이었는데, 예전에 미샤 엘만이 연주하는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를 동영상으로 봤던 기억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bow division은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사용할 만큼을 정해놓고 그 범위 안에서만 활의 무브먼트가 이루어졌으며, 오직 필요할 경우에만 그 변경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활의 특성(?)상, 한번 내려간 부분은 다시 올라와야하고, 한번 올라간 부분은 다시 내려와야 한다. Kavakos는 이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던 거 같다. 실제로 바이올린을 하다 보면 악보의 모든 음표가 적절한 음색/음량을 가지도록 활 사용 계획을 세운다는게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Kavakos는 테크닉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악보를 펴놓고 아주 많이 연구를 하고 아주 많이 연습한 티가 좔좔 났다. 호감도 급상승...
앙코르로는 바흐의 A단조 소나타 (BWV 1003)의 세번째 곡 Andante를 했는데 안단테 답지 않은 조금 빠른 템포와 지나치게 장식적인 강한 비브라토가 내 귀에 좀 거슬리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훌륭했다. 역시 bow division은 인상적이었고, 다만 내가 좋아하는 바흐의 해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바흐의 로맨틱한 해석을 염두해둔다면 아주 훌륭한 연주였다. 이자이 앨범을 냈다고 하는데, 이자이는 웬지 괜찮을 거 같다. 이자이는 바흐와는 달리 로맨틱한 해석도 나름 어울리고 하다못해 랩소디가 되어도 좀 어울리니까. 그나저나 앨범 자켓은 좀 압박
마지막은 Enigma variations인데, 내가 이 곡을 처음 알게 된 게 아마 2001년 kaist-이화여대 오케스트라 교환 연주에서 이대분들이 카이스트에 와서 연주했던 곡으로 기억한다. 나는 당시 다른 남자 단원들과는 달리 연주자보다 연주에 집중했기 때문에 엘가에 좋은 느낌을 받았고, 곧이서 cd를 사게 되었었다. 그리고 Enigma variation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여기를 눌러서 위키페이아를 참고해도 되고, 하여간 이 곡은 엘가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느낌을 살려 곡 안에 집어넣은 것인데, 사실 나는 그 엘가의 주변 사람들의 캐릭터에 대해 알기 못하기 때문에 엘가의 implementation이 얼마나 사실적인지 판단할 수 없지만, 예컨대 이자이가 자신의 무반주 소나타에 다른 친구들의 이름을 새겨넣은 것보다는 훨씬 덜 abstract하고 더 느낌이 와닿는다.
하여간 나는 프로그램을 펴놓고 읽으면서 매 변주를 들었는데, 무엇보다 엘가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서 들으면서 그냥 미소가 지어졌다. 연주도 흠잡을 없이 훌륭했지만 일단 레퍼토리가 좋았다. 사실 없는 시간 쪼개서 Enigma는 꼭 보러 간게, 내 lifetime dream중에 하나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theme을 가지는 것과, 그 theme을 주변 사람들이 기억되도록 변주를 해서 바이올린 솔로 곡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이게 2001년 Enigma variation을 처음 듣고 나서 떠오른 발상이기 때문에 나의 독창적인 발상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냥 좋을 거 같다. 내가 오늘 이 곡을 들으면서 Elgar와 그 주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었을지 상상해보는 것과 같이 나와 내 주변사람들이 모두 둘러 앉아 들으면서 '하하하 거참 말 되는 음악이네'하고 웃을 수 있는 음악적 표현을 할 수 있다면 그게 아마 내가 '음악'이라는 예술 장르를 즐겁게 여기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밖에 느낀 점은 하인즈홀도 역시 3층보다 1층이 비주얼이나 음향이나 좌석의 편함이나 모든 면에서 낫다는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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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pril 05, 2008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04/05/08
C. Debussy, Sarabande & Danse
F. Chopin, Concerto No.2 in F minor for Piano and Orchestra, Op.21
C. Debussy, Jeux
L. Janacek, Sinfonietta
Emanuel Ax, Piano
Charles Dutoit, Conductor
이번 공연은 원래 그다지 갈 계획이 아니었는데, (사실 바빠서 요즘 공연에 대해서는 많이 잊고 있었다.) 자주 공연에 같이 다니던 분이 어떻게 공짜표가 생겼다고 그래서 갑자기 같이 가게 되었다. 이번 공연의 특이한 점은, 내가 아는 곡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사실 레퍼토리에 끌려서 공연에 가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대개 한 곡정도는 내가 아는 곡인 경우가 대개인데, 이번에는 정말 특이하게도 아는 곡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곡이 더 많긴 하지만 말이지.
하여간, 일단 Dutoit나 Ax나 예전에 연주를 갔었던 경험이 있다. Ax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했었고, Dutoit는 요즘은 Philadelphia와 Royal Phil에서 지휘한다는데 지난 20년간 Montreal에서 지휘를 했었다네. 아무래도 Quebec주가 프랑스 인구가 많은 지역이니, 그걸 생각하니 아무래도 선곡이 이해가 됐다. 드뷔시야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이고, 야나첵은 체코 사람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베토벤 브람스로 연결되는 선상에 있는 사람은 확실히 아니다. 사실 야나첵은 작곡가보다 야나첵 필하모닉으로 더 이름이 익은거 같다. 야나첵 사중주도 유명하지. 물론 유명하다는 거만 알고 직접 접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여간 예전에 Dutoit의 연주는 상당히 인상깊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찾아봤는데 마땅히 남긴 기록이 없는거 같은데 (기록을 남긴거 같은데...) 하여간 '이름값을 하네'라고 생각했던거 같다.
하여간 오늘 공연은 결과론적으로 그저 그랬다.
첫 곡인 드뷔시의 Sarabande and Danse는, 드뷔시가 작곡하고 라벨이 오케스트레이션을 한 곡이라는데, 역시 나는 드뷔시나 라벨이나 좀 아직은 멀게 느껴진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사라방드는 뭔가 전통적인 사라방드적인 이미지가 전혀 없고, 멜로디가 딱히 귀에 박히질 않고 대체 곡의 주제는 뭘까... 하고 있는데 갑자기 끝나버렸다. 끝나는데 화음이 클래시컬 하게 마무리 되는 거도 아니라서 끝나는 지도 몰랐다. 이건 뭥미... 사실 곡에 대해 모르면 연주가 어땠는지 말하기도 참 그렇다. Danse도 마찬가지로. '이건 좀 리듬감이 있는게 좀 댄스라는 말이 어울리네' 정도의 감상정도다. 하지만 더 이상 인상적이지 않았고.
Ax의 쇼팽은 이번에도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거의 기립박수치던데, 난 그럴만한 연주였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 곡을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삑사리처럼 들리는 이상한 화음도 없었고, 그냥 무난하게 연주 잘 했는데 그냥 그저 기계적인 연주였다. 처음부터 일정한 템포, 변화없는 다이나믹, 잠시도 틈이 없는 호흡. 뭐 정말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나마 파워풀하기라도 하더니, 나중에 가니 연주자가 지친건지 내 귀가 지친건지 더 이상 아무 느낌 없는 다이나믹이 지속되면서 지겨워져버렸다. 뭐 이만하면 거의 혹평 수준인데-_- 뭐, 테크니컬하게는 흠잡을 데 없이 매 순간 순간 정확한 건반을 누르긴 했다. 그저 그 이상이 없었다는게 아쉬운거지. (여전히 혹평인가 -_-)
사람들이 박수를 많이 치니까 앵콜을 했다. 역시 쇼팽의 Grand Waltz in Af, Op.34-1을 했는데, 역시 마찬가지다. 정확한 연주고 잘 굴러가는 연주이긴 했는데... so what? 키신 연주를 보면 키신이 항상 정확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키신은 음표와 쉼표의 템포를 잘 조절하여 클라이막스를 만들 줄 안다. 모든 음악이 클라이맥스가 있어야 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지루한건 사실이더라.
인터미션이 끝나고, 다시 드뷔시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Jeux. 난 프랑스어를 모르는데 아무리 듣고 있어도 Jeux가 무슨 뜻일지, 어감이 어떤 어감인지 전혀 감이 안잡혔다. 그래서 결국 프로그램을 열고 해설을 읽는데 'Game'이라는 뜻이란다. 여전히 뭥미 ㅡ.ㅡ; 하지만 그 다음줄을 읽어보고 좀 이해가 됐다. 이 곡은 남성 댄서 한명, 여성 댄서 두명이 공연하는 발레를 위한 음악으로, Jeux(Game)의 의미는 프로그램의 표현을 빌리자면, 'the erotic games of flirtation, pursuit, resistance and yielding'이란다. 이쯤 되니 음악이 살짝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순간 표제음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는게 음악을 이해함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하여간 음악은 정말 스포츠 게임이라면 굵고 직선적인 멜로디여야 할거 같은데, 상당히 멜로디가 가늘고, 주로 바이올린과 첼로의 수석이 대화하듯이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멜로디가 monotonic하지 않고 되돌아오는 느낌이 있다는 면에서 상당히 '남녀가 벌이는 게임'이라는 면이 이해가 됐다. 이 곡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들어보고 싶은 곡이다. 하지만 왜 여성 댄서가 두명이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부러울(?) 따름이다.
마지막 곡은 야나첵의 '신포니에타'. 이 곡은 좀 포스가 남달랐다. 일단 플룻이 네대나 되는데, 이정도면 좀 많다 정도인데, 트럼펫 12대, 트롬본 네대, 투바 네대, 거기에 베이스 트럼펫 세대, 베이스 투바(이 악기는 하다못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투바가 더 베이스일 수 있어? -_-) 이쯤되면 대략 덜덜덜... 역시 예상대로 현은 관에 묻혀서 소리 한번 제대로 안들리고. 게다가 핀란디아처럼 현이 반주해주고 관이 멜로디하는 거도 아니고, 관이 멜로디도 하고 반주도 하고, 현은 왜 앉아있는건지... 더더욱 이해가 안되는건 트럼펫이 그렇게 많은데 동시에 연주되는 성부는 두개인 거 같았고, 아무리 좋게 봐야 세개정도 되어보였다. 이쯤 되면 트럼펫을 많이 넣은 것은 볼륨을 위해서!라는 결론이 나는데 이쯤되면 한번 더 덜덜덜... 말러에서도 호른이 10대쯤 나오는데, 이거와는 비교도 안되게 호른의 이용이 제한적이고 훨씬 더 우아하다. 야나첵은 좀 관악기 리소스를 좀 낭비하는 듯 했다. 친척중에 취직이 안된 관악기 전공자라도 있었던 걸까. 뭐 썩 맘에 드는 곡은 아니었다.
뭐, 지난번에는 Dutoit의 연주에 상당히 즐거웠는데 오늘은 일단 레퍼토리부터 생소했고, 게다가 별로 와닿는 멜로디도 아니라서 그냥 금방 홀을 떠났다.
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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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pril 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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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February 10, 2008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02/10/08
Ludwig van Beethoven, Symphony No. 7 in A major, Op. 92
Lowrence Loh, Conductor
Antonio Vivaldi, The Four Seasons for Violin and Orchestra, Op. 8
Sarah Chang, Violin
오랜만에 장영주공연. 장영주 빠돌이로서 기대하던 공연이었으나...
결론적으로 말해 오늘 공연 전체적으로 너무 안좋았다. 홀의 장치설비도 이상했고, 오케스트라 실력도 좀 이상했고 하다못해 장영주의 비발디도 별로였다.
길게 쓰려면 좋은 소리 별로 안나올 거 같으니 그냥 오늘 글은 웬만하면 간결하게 끝내련다.
일단 무슨 연유인지, 사전 구매표를 찾는 현장의 줄이 너무 길었다. 그리고 그게 공연시간까지 줄지 않았다. 결국 나는 5분정도 홀에 늦게 들어가게 됐는데, 그러한 사정이 있으면 당연히 연주를 늦게 시작했어야 하는데 내가 문을 열려고 하니 이미 베토벤 7번의 A음이 그어지고 있더라. 그리고 나서는 1악장이 끝나고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베토벤 7번의 경우는 1악장과 2악장이 아주 자연스럽게, 쉼표 한두개 있는 것처럼 스물스물 이어지는 곡에다가 2악장이 아주 좋기 때문에, (참고로 나한테 세상 모든 음악중에 제일 좋아하는 멜로디를 찾으라면 분명히 베토벤 7번 2악장도 그중에 들어갈 것이다) 1악장과 2악장 사이에 너무 뜸을 들이면 2악장이 죽는다. 사전 구매표를 늦게 찾을 수 밖에 없었떤 사람들이 1악장 이후에 대거 들어오면서 이게 거의 5분정도 곡이 멈추었다. 말러 2번 연주같으면 몰라도 베토벤 7번은 절대 이러면 안된다. 전체 공연을 10분 늦게 시작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 들여보내고 시작했어야 옳다.
그리고 장영주 공연에서, 여름의 2악장 쯤에 갑자기 홀 안의 스피커가 켜지고 화이트 노이즈가 새어 나왔다. 그래 이건 그럴 수 있는데 왜 금방 안끄냐고. 그러다가 왜 그걸 얘기하러 퍼스트 맨 뒤 바깥쪽 사람이 들어가냐고... (안쪽도 아니고...) 그 사람이 왜 나중에 다시 들어오냐고... 하여간 여러가지 면에서 너무 허술함이 들어난 연주였다. 여기까지 그냥 연주가 아닌 부분에 대한 불만이고, 본격적으로 연주 얘기를 하자면,
홀 밖에서 베토벤 7번 1악장을 들었을때 현이 너무 쳐진다는 생각을 했다. Loh라는 지휘자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한국계란다. 하여간 이 사람이 1악장 템포를 늦게 가져가는데, 그러면 활을 쓸 때 적당한 스피드로 해주면서 슬러를 바꿔줘야 소리가 제대로 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활을 너무 긴 박자동안 천천히 내리니까 템포도 쳐지는데 볼륨이 확실히 쳐졌다. 첼로, 베이스 파트가 꽤 힘이 있었던 것과 비교해서 너무 허리(2nd vn, va)가 약했다.
2악장은 무난했으나 지휘자의 붙점 지시를 오케스트라가 안따라온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지휘자는 바통 모션을 통해서 좀 더 리드미컬한 연주를 지시를 하는데 오케스트라는 그걸 보기는 하는건지...
3악장은 별 감흥 없었고, 4악장에서는 지휘자가 점점 템포를 당기는게 눈에 보이는데 여전히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에 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결국은 지휘자가 원하는 템포로 점점 당겨져서 마지막 부분에서는 좀 들을만한 연주가 나왔다. (그래서 Loh라는 지휘자에 대해서는 일단 판단 유보. 괜찮은 지휘자 같긴 하다.) 하지만 트럼펫의 대형 삑사리... 게임오버...
장영주의 사계. 아무래도 장영주는 비발디와는 궁합이 안맞는거 같다. 전반적으로 너무 이상했다. 난 음악의 다양한 해석을 좋게 바라보는 편이지만 비발디와 같이 작곡가가 주제를 정한 음악의 경우는 해석의 범위가 상당히 제한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할 때는 연주자가 느끼는 사계절의 모습을 표현하도록 애써야지 그게 전혀 생뚱맞은 연주가 되면 곤란하다는 것인데, 장영주의 사계는 같은 계절 같은 악장 안에서도 너무 coherence가 없어서 대체 이 사람(사라장)이 느끼는 계절이 뭔가...가 전혀 와닿지 않았다. 뭐랄까, 너무 예측 불가능한 연주라서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에 직면한 사계절' 정도의 느낌이었달까. 그러면서도 프레이즈간 전환이 너무 굼뜬게, 예를 들어, 여름 3악장, 폭풍이 다가오는 시상의 경우, 폭풍이 다가오다가 잠시 사람들이 대피하게 기다려주는 느낌이 드는게 마치 일기예보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봄에서 2악장, 뜬금없는 스피카토 어색했다. 여름에서는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활터치가 너무 길어서 예보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을에서는 1악장에서 너무 디테일을 뭉개버리셨고... 게다가 꾸밈음은 너무 오바를 해서 삽입하셨다. 겨울에서는 1악장이 너무 쳐졌고, 2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가 너무 강한 소리를 내서 언밸런스했다.
전반적으로 낭만파 혹은 집시적인 랩소디를 듣는 기분이었는데 같은 악장 내에서 지나친 템포의 변화 뿐 아니라 지나친 꾸밈음과 절제되지 않은 비브라토, 슬러보다는 어색한 스피카토 혹은 지나치게 강한 데타셰 일변도의 주법이 바로크적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 장영주의 비발디 해석을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을 쓴다 해서 물론 이게 장영주의 capacity에 대한 의문은 아니다. 여전히 장영주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며, 다만 비발디의 해석은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마치 마이스키의 바흐 무반주 모음곡을 듣는 것과 같이,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좀 과한 측면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바로크 음악은 오묘해서 꾸밈음과 비브라토가 많이 사용되긴 하지만 남발되지는 않는다. 바로크적인 가장 올바른 해석은 지기스발트 쿠이켄의 연주가 모범적이라 생각되고, 현대적인 해석이라면 아주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어떤 경우라도 오케스트라와는 철저한 사전 협의를 거쳐서 통일된 음악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연주는 모든 해석의 여지를 차치하고서도, 챔버 오케스트라와 솔로이스트 간의 위상차가 존재했다. 사라장이 템포를 당기면 오케스트라는 조금 있다가 템포를 따라오고, 그 새 사라장은 이미 템포를 다시 늦추고 하면서 엊갈림이 존재했다. 대체로 사라장에 호의적인 나지만, 오늘 연주는 별로 좋은 평을 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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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December 07, 2007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12/07/07
John Corigliano, "Phantasmagoria" on The Ghosts of Versailles for Orchestra
Edward Elgar, Concerto in E minor for Cello and Orchestra, Op. 85
Wolfgang A. Mozart, Symphony No. 41 in C major, K. 551 "Jupiter"
Anne Martindale Williams, Violoncello
Leonard Slatkin, Conductor
거의 한달만에 PSO공연을 보고 왔다. 이번 콘서트는 원래 Sir Andrew Davis가 모차르트 39번을 지휘하기로 되어있었으나 지휘자와 곡이 좀 바뀐 듯 하다. 상임 지휘자였던 Sir Andrew Davis와 오케스트라가 불화가 있나. 오늘 보니 명단에 음악감독, 상임지휘자 등등의 항목이 하나도 없어서 잠시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나는 Andrew Davis를 별로 안좋아했으니.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오늘 첫곡은 Corigliano라는 미국 현대음악가의 작품인데, 이 사람 작품을 PSO에서 premere를 많이 한다. 오늘도 World Premere라는데 사실 솔직히 말해서 별로 싹수가 보이는 음악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연구실에서 6시반까지 일하다가 집에 와서 급하게 밥을 먹고 가느나 약간 배가 부른 상태에서 홀에 들어갔고, 마침 별로 의미를 두고 싶지 않은 Corigliano의 곡이 무려 26분이나 될거라고 하길래, 고맙게 생각하며 식곤증을 해결하는 시간으로 잘 사용했다. 그러므로 오늘 감상은 엘가부터 시작하련다.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du Pre가 연주한 이후로 더 이상 아무도 연주할 수 없는 곡이 되었다. 오늘 연주도 역시 훌륭한 연주였지만 du Pre를 뛰어넘기는 절대로 불가능한 그런 연주였다. 일단 엘가의 첼로 협주곡에 대해 말하자면 매우 테크니컬하게 어려운 곡이라 할 수 있겠다. 거의 브리지 근처까지 핑거링을 해야하고 곡 곳곳에 등장하는 스케일의 속도는 첼로라는 악기의 민첩성의 한계에 도전하는... 그런 부류이다. 하여간 그래서 일단 이 곡이 테크니컬하게 매우 어려운 곡이라는 걸 전제하고 감상을 해야한다. 물론 그렇다고 연주자의 삑사리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지만 참작의 여지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nne Williams는 PSO의 첼로 수석이라고 한다. 사실 이렇게 전문 soloist가 아닌 경우는 오케스트라와 솔로이스트의 관계가 좀 오묘해진다. 뭐랄까. 원칙상 지휘자와 soloist는 동일한 레벨에서 연주를 하게 되지만 이렇게 전문 soloist가 아니고 게다가 같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수석정도 되는 경우, 자신만의 연주를 보여주기보다는 지휘자와 많이 협의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연주의 경우 사실 연주자가 자신만의 색을 보여주는 연주를 할 역량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있더라도 좀 제한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앞으로 연주자에 대한 코멘트는 온전히 연주자에게만 돌아갈 수는 없다. 하여간 연주에 대해 말하자면, du Pre의 연주에 비해 상당히 soft한 느낌의 연주였다. du Pre는 엘가의 음악을 아주 극적인 긴장관계의 프레임에서 바라본 거 같다. 하지만 Williams는 일단 첫 코드부터 부드러운 느낌으로 그었다. du Pre의 경우는 더블스토핑에서 저음부가 아주 빨리 지나가는데, 그런 것을 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상당히 부드러운 느낌을 낼 수 있다.
하여간 1악장은 전반적으로 du Pre보다 상당히 부드러운 연주면서도 기둥이 탄탄한 느낌의 연주로 상당히 인상깊었다. 하지만 2악장 시작하는 피치카토에서 아마 의도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첫 피치카토를 아주 약하게 튕겨주고, 두번째 코드는 아주 강하게 피치카토를 했다. 이 부분에서 강한 피치카토는 du Pre의 방식이기도 하다. Williams는 나름 대비를 준다고 약하게 시작하고 강하게 끝난거 같은데 너무 어색했다. 게다가 2악장에서는 빠르게 연주하는 부분이긴 했지만 음정이 너무 안맞고 리듬감이 좀 많이 어긋났다. 더블렛에서 너무 첫음에만 액센트가 주어져서 박자는 지켜졌지만 마치 붙점을 연주하는 거 같은 느낌이 나서 어색했다. 3악장은 느린악장인데 괜찮았다. 사실 느린악장에서 더 실수가 많이 나올 수 있는데, 활을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그으면서 균일한 소리를 하는게 참 인상적이었다. 4악장은 처음에 더블스토핑을 너무 길게 끌고 가더니 나중에 가서는 음정이 좀 많이 틀렸다.
사실 어려운 곡이고, 전문 soloist가 아니기 때문에 브리지에 가까운 지판 부분에서 음정이 불안한거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du Pre와 비교할 껀덕지는 더더욱 안되고. 다만 전반적으로 활을 쓰는 파워가 많이 부족해보였다. 어차피 파워풀한 연주를 할 수 없으니 부드러운 해석을 들고 나온 거 같은데 아직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한 해석이었다고 생각한다. 너무 전반적으로 일관되지 못한 분위기였고 떄로는 어색하기조차 했다. 오케스트라는 특별히 오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soloist와 잘 어울어졌고 삑사리도 없었다.
모차르트 41번은 Jupiter라고 해서 4악장이 유명한 곡이다. 사실 모차르트는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곡의 세세한 부분까지 코멘트를 할 능력이 되나 모르겠지만. 하여간 써보자면, 일단 전반적으로 아주 훌륭한 연주였다.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음정이 안맞은 순간이 한순간도 없었고, 현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트레몰로로 뭉개버려도 잘 모를 부분까지 정확히 맞추는 것은 오랜만에 볼 수 있는 완벽하게 일사분란한 현이었다. 모차르트인 만큼, 현이 주가 되는 음악인데, 관이 존재감이 없지는 않았으나 튀지 않고 적당히 전체 오케스트라에 녹아 들어가 있었던 것도 참으로 적절한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테크니컬한 면으로는 정말 흠잡을 데 없는 연주였는데 지휘자의 해석이라는게, 나도 잘 모르겠다. 보통 우리가 모차르트를 연주할 때보다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데타셰보다는 살타토, 스타카토보다는 스피카토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첼로나 비올라 등 중저음 악기의 연주에서도 말러에서나 하듯이 강하고 굵은 울림보다는 얇은 울림이 주가 된다. 예를 테면, 직사각형 형태의 음이 아니라 옆으로 길게 늘어진 타원 형태의 음을 만들고 싶어하는게 모차르트를 연주하는 기본적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상상하는 모차르트는 각 음이 뒤로 길게 끌어지지 않고 비교적 간결하게 끊어지며 감정의 폭이 그렇게 깊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휘자의 해석은 그렇다기보다는 오히려 칼 뵘의 모차르트 레퀴엠에서 느낄 수 있는 장엄한 쪽의 해석이었다. 하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이미 상당히 베토벤 초기 작품과 구조적으로나 악상으로나 비슷해진 모차르트 후기 연주에 대해서 전형적인 전기 음악의 해석법을 굳이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연주가 듣기 거북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KV 551번이면 626번이 마지막인 모차르트 catalog 중에서 상당히 후기 작품에 속하고 모차르트가 죽기 3년 전에 작곡된 곡이라 한다. 이미 모차르트는 생활고를 겪고 있었고, 이 음악 역시 장조 음악이긴 하지만 모차르트 초기나 중기에서 볼 수 있는 발랄한 분위기를 맛보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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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10, 2007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11/10/07
Johannes Brahms, Hungraian Dance No. 17, 18, 19, 21 (arr. orch. A. Dvorak)
Ludwig van Beethoven, Concerto No. 4 in G major for Piano and Orchestra, Op. 58
Johannes Brahms, Symphony No. 4 in E minor, Op. 98
Nikolai Lugansky, Piano
Marek Janowski, Conductor
지난 주 브람스 3번 공연에 이은 4번 공연이었다.
일단 지난주에 브람스의 헝가리안 댄스를 브람스 자신이 직접 오케스트레이션을 한 1, 3, 10번과 더불어 드보르작이 오케스트레이션을 한 17~21번 중 20번을 연주했었는데 오늘은 나머지 17, 18, 19, 21번을 연주했다.
일단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드보르작의 편곡은 약간 핀트가 안맞는다는 느낌이었다. 18번을 제외하고는 현과 관이 멜로디를 주고 받는 관계가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졌고, 공통적으로 마지막 노트가 너무 웅장하고 장엄했다. 18번에서는 주제를 피콜로-클라리넷-트럼본-현의 순서로 주고 받는데 그건 참 괜찮았다. 19번의 경우는 피콜로가 주 멜로디를 맡았고 거의 독점하다 시피 했는데, 이 곡 자체가 원래 높은 음에서 기교적으로 움직인다는 면에서 피콜로가 상당히 어울리는 악기인 거 같긴 한데 전체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서 피콜로가 멜로디를 연주하는 모습은 뭔가 어색했다. 용의 몸에 뱀 머리가 달린 느낌이랄까.
베토벤의 G Major 피아노 협주곡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중에 하나다. 음악적으로 꽤 많이 통하는 친구가 CD를 선물줬는데 그렇게 처음 알게 된 곡인고, 음악사학자들은 베토벤 1,2번을 모차르트의 영향을 많이 많은 초기작품, 그리고 4,5번을 전형적인 베토벤적인 작품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더불어 오케스트라가 상당히 강조된 작품으로 잡는다. 그만큼, 1,2번만큼의 세세한 기교는 없지만 4,5번에는 힘이 많이 들어가고 오케스트라와의 조화가 중요한 곡이라고 생각이 된다. 연주를 한 Lugansky는 니콜라예바의 제자라는데, 난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이고, 라흐마니노프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결론적으로 연주가 별로 맘에 안들었다. 일단 전반적으로 실수 없이 무난한 연주였긴 했다. 하지만 베토벤 특유의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오케스트라에 많이 섞여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다시 말해, 이 연주자가 멜로디를 잘 타긴 한다. 아마 리스트나 라흐마니노프는 잘 할거 같다. 하지만 일단 다이나믹이 부족하고, 리듬을 강조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특히 3악장 같은 경우는 Rondo Vivace인데 rondo인 만큼, 오케스트라와 대화하는게 매우 중요할진대, 그보다는 혼자 일방적으로 멜로디를 따라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곡에 대해서 별로 즐겁지 않았는데, 같이 가신 분은 다른 견해를 내놓으셨다. 나하고 같이 University Orchestra하시는 분인데, SNUPO 출신이시고, 하여간 이 분도 비올라에서 잔뼈가 굵으신 분인데, 이분께서는 오히려 '베토벤의 어렵고 복잡한 스케일을 듣는 사람이 아주 듣기 쉽게 부드럽게 연주했다'고 좋게 평가하셨다. 결국 음악을 '편하게' 들은 건 같은 데, 나는 좀 더 긴장감 있는 연주를 원했던 거 같다. 아, 게다가 카덴차가 누구껀지 몰라도 너무 주제랑 동떨어져있었고, 상당히 부드러운 연주를 했던 솔로이스트에 반해 오케스트라, 특히 그 중에 현은, 데타셰를 강조하는 보잉이라서 약간 미스매치가 있기도 했다.
브람스 4번. 일단 처음 들어가는 B-G의 완전 3도 내름음형의 레가토가 정말 들어줄 만 했다. 곧이어 나오는 현의 스타카토도 상당히 파워풀 했는데, 1943년 베를린필의 연주만큼 파워풀하진 않은 거 같긴 했다(비교대상이...). 곧이어 나오는 첼로 멜로디도 아주 fulfilling한 연주였다. 처음엔 아주 '파워풀한 레가토'였는데 1악장 중후반부로 가서 전반보다는 오케스트라 전체의 볼륨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1악장을 마무리짓는 팀파니도 괜찮긴 했지만 기대만치 웅장하진 않았다. 2악장의 경우는 호른이 시작을 하는데 아주 약간 불안했다. 하지만 곧 자리 잡고 플룻과 클라리넷으로 멜로디를 넘기는데 목관이 전반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2악장도 무리없이 잘 들을 수 있었다. 3악장에서 다시 파워풀해졌는데, 사실 스케르초 악장이라 그렇게 파워풀할 필요는 없어보이긴 했다. 하지만 듣기 거북할 정도는 아니었고, 나름 대비가 큰 다이나믹에다가 리드믹한 연주였다. 볼륨이 약간 큰 듯 한 거 말고는 아주 훌륭한 스케르초였다. 4악장. 4악장도 아주 괜찮았다.
내 생각에 브람스 4번의 4악장의 가장 큰 묘미는 마치 고무줄을 당겼다가 한 순간에 놓듯이, 무언가 열심히 끌어올리다가 순간에 놓쳐버리는, 그런 감정인데, 이게 사실 표현하기 어려운 거다. 비교적 긴 박자를 연주하고 곧이어 비교적 짧은 박자가 나오는 음형이 여러번 나오는데 (이를테면 E-A 음형), 이 경우 첫 음표는 포르테에 비교적 길게 끄는 소스테누토이어야 하지만 두번째 음표는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테누토이어서 안되지만 스타카토이어서도 안되고, 포르테이어서도 안되지만 피아노보다는 커야 한다. 내가 원하는 브람스는 그런 것을 통해 끊임없는 도전과 끊임없는 좌절을 표현하며 그 사이에서 수많은 갈등관계가 조성이 되는 음악이다. 뭐랄까, 도전의 시간은 길지만 좌절은 순식간이며, 마치 몇시간동안 실험 세팅을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스위치를 잘못 눌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거나. 그러한 과정 후에 결국 뭔가에 성공하지만 그렇게 영광스럽지도 않고 새로운 도전의 역사가 펼쳐진다. 사실 브람스와 같은 음악에 이렇게 그럴듯한 설명을 붙이는 것은 이상하긴 하지만. 하여간 내가 받아들이는 음악은 이렇다.
오늘 연주에서 이런 면이 참 잘 살려줬다. 특히 앞서 언급한 E-A, E-B 같은 음형이랑, 그 변형인 E-EDE, E-F#EF# 같은 음형에서의 당김과 놓음이 아주 적절했다. 딱히 흠잡을만한 부분이 없고,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4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조금 더 몰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거의 마지막 1분만을 남기고 E~ F#~ G~ A~ B~ 의 느린 상향 스케일 나오고 나오고 말인데, 그 부분에서 조금 더 몰아쳐주면 앞서 차분한 부분과 좀 더 큰 대비개 되지 않았을까 한다. 마치 푸르트뱅글러의 연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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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04, 2007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11/04/07
Johannes Brahms, Symphony No. 3 in F Major, Opus 90
Franz Joseph Haydn, Concerto No. 2 in D Major for Cello and Orchestra,
Johannes Brahms, Hungarian Dances, No. 20, No. 10, NO. 7, No. 3
Alisa Weilerstein, Violoncello
Marek Janowski, Conductor
Janowski의 연주를 접한 것은 역시 지난 시즌에 PSO와 함께 브람스 1,2번을 연주했을 때가 가장 최근이고, 그 전해에도 이 사람 연주를 들었었다. 상당히 음악이 깔끔하고 전반적으로 해석이 앤드류 데이비스의 감정 없는 연주와는 달리 감정이 상당히 담기면서도 절제를 잃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푸르트뱅글러는 절대 아니지만 카라얀같은 인위적인 사운드는 더더욱 아니었고, 오히려 오토 클렘펠러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었다는 기억이 있다. 작년 브람스 1,2번의 경우는 음반을 내기 위해 녹음을 했고 이미 음반이 출시가 되었다. 이번 연주 같은 경우도 다음주의 4번 연주와 더불어 브람스 사이클을 완성하기 위한 연주였다. 아무래도 실황녹음을 가정한 만큼 연습량도 적지 않았으리라고 예상해본다.
며칠전에 클래식 라디오 채널을 듣는데 익숙한 멜로디가 나왔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이었는데 내가 듣기 시작한것은 1악장 중간이었다. 그러다가 2악장에서 갑자기 아주 로맨틱한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3악장에서 아주 훌륭한 연주가 들렸다. 마치 번지 점프를 하는 것과 같은, 감정의 변화가 급격하지만 절대 뾰족한 부분이 없이 우아했다. 운전중이었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더 들었다. 그리고 결국 곡이 끝나고 진행자가 '지금까지 이번 주말에 PSO와 같이 연주할 Alisa Weinerstein의 연주였다'라는 것이다.
PSO에 와서 연주하는 지휘자들 중에서 가장 내가 듣고 싶은 소리를 내 주는 Janowski와 인상적인 음악을 라디오로 들은 Alisa가 같이 나오는 연주는 상당히 기대되는 연주였다.
오늘 연주는 매우 특이한 점이,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교향곡이 제일 먼저 연주되었다는 거다.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여간 교향곡에 이어 협주곡을 연주하고 마무리로 헝가리안 댄스가 연주되었다.
일단 브람스 3번은, 훌륭했다. 역시 Janowski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음반 나오면 당연히 사야지. 모든 악장을 통털어서 딱히 할 코멘트가 없다. 1악장 처음에 금관이 약간 안맞는 거 같았는데 금새 제 자리를 찾았다. 브람스 3번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 정말 미스테리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과 같은) F Major에서 어떻게 저런 분위기가 나올까. 1악장과 2악장은 어찌 보면 반복이 많고 뚜렷하게 부각되는 멜로디나 클라이막스가 없어서 전반적으로 베토벤의 F Major교향곡과 비슷한 느낌이다. 1,2악장은 정말 특별히 코멘트할 게 없다. 그냥 좋았다. 특별히 틀린 부분도 없었고 내가 나왔으면 하는 소리가 거의 그대로 나왔다. 3악장은 정말 오늘의 최고였다. 내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브람스는 1번 1악장, 2번 2악장, 3번 3악장, 4번 4악장이 특히 좋다. 하여간 3악장 poco allegretto는 C.DEf~ G.FD~(.은 붙점, ~는 긴음) 가 주제인 아주 유명한 악장이다. 저 주제 선율을 관악기들이 돌아가면서 연주하는데, 오보에가 주제를 연주할 때 뒤에서 받쳐주는 클라리넷과 바순 소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오늘의 클라이맥스는 저 주제 멜로디를 호른이 연주할 때였는데,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가장 아름다운 호른 소리였다. 4악장 들어서는 바이올린의 음으로 'C5. C5 D5. D5 A6. A6. G5. G5'의 음형이 나오는데, 퍼스트바이올린 활 쓰는 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하는 건지 잘 이해가 안되서 안외워졌는데, 주로 활 밑을 쓰기 위한 거 같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음악이 나왔는데, 나는 당연히 관들이 동시에 멜로디를 연주할 때를 클라이막스로 생각하고 한번 크게 볼륨을 터뜨려줄 줄 았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Janowski는 클라이막스를 뒤로 잡았었다. 관은 부드럽게 멜로디를 연주하고 그게 끝나고 현이 멜로디를 재현할 때를 클라이막스로 설정했더라. 인상적이었다.
하이든 첼로 협주곡은, C Major가 1번이고 오늘은 D Major, 2번이 연주되었는데, 사실 곡을 들으면서 내가 D Major 협주곡을 2악장 이후로 들어본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론적으로 하이든답지 않게 상당히 테크니컬한 곡이었다. 테크닉의 수준은 거의 엘가를 연상시킬 정도로 고음과 빠른 스케일이 많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같은 느낌도 났다. 하여간 앞서 말했다시피 드보르작을 잘 연주해서 기대를 하긴 했는데, 사실 드보르작과 하이든의 접근방식은 그렇게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살짝 걱정도 했는데 역시나, 이 연주자는 낭만음악을 해야한 거 같다. 사실 드보르작도 그다지 낭만적인 음악은 아니지만. 하여간 Alisa는 25살 먹은 미국 첼리스트인데, 대부분 여성 연주자들이 그렇듯 파워가 없었다. 파워가 안되니까 그걸 정서적으로 커버하려고 하는 모양인데 하이든이 요구하는 테크닉과는 거리가 좀 멀었다. 일단 왼손으로 핑거보드를 누르는 힘이 너무 약했다. 그러다보니가 소리가 너무 명확하지 않고 적당히 부드럽게 들리는 점은 있는데, 그렇게 연주하면 음이 분명치 않아진다. 게다가 활의 움직이는 방향, 속도 등에 대해 너무 소리가 많이 바뀐다. 하지만 확실히 음을 부드럽게 만들수 있기 때문에 조용하고 서정적인 곡을 할 때는 사실 나도 많이 쓰는 방법이다. 문제는 하이든이 일반적으로 챔버 음악처럼 연주되긴 하지만 그렇게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는 곡은 아니고, 특히 오케스트라와 부조화였다. 오케스트라는 사각형 틀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원을 쏙 집어넣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오케스트라가 규모를 많이 줄였는데도 불구하고 솔로이스트가 크게 들리지 않았다. 활을 쓰는 방식에도 좀 문제가 있어보였는데, 아르페지오를 연주할 때 활이 한음한음 모든 줄을 명확히 거쳐가야 아르페지오가 굳건해보이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냥 이 연주자하고 하이든 D Major는 안어울리는 거 같다.
마지막 헝가리안 댄스는, 내가 좋아하는 곡이긴 하지만 내가 가진 음반이 four-hands 악보로 연주한 것이라서 오케스트레이션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이 곡은 원래 브람스가 four-hands로 작곡한 곡이고, 1,3,10번만 직접 오케스트레이션을 했다고 한다. 다른 작곡가들이 나머지 곡들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수 있게 했는데 17~21번은 드보르작이 했고, 이번주와 다음주에 PSO에서 연주하는 곡들은 브람스와 드보르작의 오케스트레이션들이다. 오늘은 드보르작의 20번과, 브람스가 직접 작업한 1,3,10번이 연주되었다. 드보르작의 오케스트레이션은 사실 별 특색이 없었다. 사실 너무 음악이 아름다워서 이게 과연 '집시'음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케스트라는 주로 현이 멜로디를 맡아서 지나치게 정통 클래식의 분위기가 나버렸다. 1,3,10번은 공통적으로 현보다 관악기가 멜로디를 맡는데, 역시 브람스가 직접 한 것이라 그런지 원래의 랩소디의 분위기가 오히려 더했다. 드보르작에 비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현악기가 피치카토를 많이 했다는 것과, 1번과 3번에서 피콜로가 특히 큰 역할을 했는데, 피콜로의 독특한 모아지지 않는 소리가 분위기에 많이 영향을 미친거 같다.
이로서 오늘 감상문 끝. 역시 Janowski연주는 좋았고, Weinerstein은 어려운거 열심히 연주한거 알겠는데 한음한음 정확히 전달하는 것부터 잘 했으면 좋겠고, 하이 포지션에서 음정도 좀 맞춰주고. 그리고 드보르작,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고 훌륭한 작곡가이긴 하지만 그래도 헝가리안 댄스의 분위기는 브람스만큼 잘 살리진 못한거 같다. 사실 드보르작은 체코 출신으로 지역적으로 브람스보다 헝가리에 더 가깝긴 한데, 그냥 느낌상 이 사람은 신세계 교향곡처럼 부르주아+희망적인+도덕적인 이미지다. 사실 클라라 슈만을 좋아하면서도 죽을때까지 아무말도 못했던 브람스가 낙엽 떨어지는 가을날 할일없이 집시들 사이를 걸아다니는 것과 어울리긴 하지.
사실 나도 그런 면에서는 브람스 비슷한거 같다. 우유부단한거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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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0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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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12, 2007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10/12/07
Richard Wagner, Die Meistersinger von Nurnberg
Richard Wagner, Prelude and Liebestod from Tristan and Isolde
Ludwig van Beethoven, Symphony No. 5 in C minor, Op. 67
Rafael Fruhbeck de Burgos, Conductor
역시 클래식 콘서트에서 사람 끌어모으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레퍼토리다...라는 것을 몸소 체험한 하루였다. Fruhbeck이 이전에도 와서 좋은 연주를 보여주고 가긴 했지만 독일 음악에 좋은 인상을 펼쳐준 적은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은 편이었지만 콘서트홀은 꽉 찼다. 난 운없게도 맨 뒤에서 세번째 줄이 걸려버렸는데, 그 뒤까지도 자리가 꽉 찼다.
하여간,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트리스탄과 이솔데, 베토벤 c minor심포니. 아마 세상에 이보다 유명한 음악들은 없을 거다.
일단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는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아마도 롯데캐슬 선전에서 금난새가 지휘한 곡일거다. -_- 하여간 이 곡은 나름 괜찮았다. 바그너는 오히려 정신없이 연주하면 정신사나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Fruhbeck 특유의 침착하고 일관된 연주가 참 괜찮았다. 게다가 뉘를베르크 같은 경우는 차분히, 테란의 시즈탱그가 저그 적진에 조금씩 다가가듯이(?), 일사분란하게 조금씩 한음 한음 전진하는 것이 매력적인 곡인데 그걸 잘 살려줬다. 다만 내가 너무 뒷자리라서 그랬나, 볼륨이 너무 작았는데, 마지막 주제가 나올 때는 풀 파워로 나오니까 그때는 들어줄 만 하더라. 볼륨이 적은게 아쉬웠지만 이건 아무래도 홀의 문제 같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트리스탄과 이솔데는 아무래도 뉘른베르크와는 분위기가 영 딴판인 노래인데, 나한테는 이게 더 듣기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역시 차분하게 진행되었고 마지막에 아마도 트리스탄이 죽는 부분 (Liebestod) 에서 아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오른팔을 쭉 위로 올리고 그걸 단숨에 무릎까지 내리는 지휘자의 모션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주 좋은 연주였다. 아주 침착하게 마치 트리스탄과 이솔데가 비밀리에 사랑하듯이, 그런 분위기를 끝까지 계속 끌고가다가 마지막에 눈물 나게 깊은 감정의 골을 만들었다.
특이한 점은 뉘른베르크와 트리스탄과 이솔데의 오케스트레이션이 살짝 다르다는 건데, 대충 비교해보자면, 뉘른베르크 연주했던 오케스트라에서 빠지는 부분 없이 베이스 클라리넷과 바순 두대가 더 들어오는데, 아마 이게 전반적인 분위기 전환의 키가 되는 부분인지 모르겠다. 베이스 클라리넷 소리 매우 좋았다. 바순과 함께 아주 소프트한 분위기에 일조하는 거 같긴 하다.
베토벤은 괜찮은 연주였다만, 그냥 거기까지고, 특색이 없었다. 악장 사이에 지나치게 갭을 안줘서 악장 사이에 잠시 기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베토벤도 역시 각 악장마다 악장 전반적으로 일정한 박자를 고수했는데, 1악장은 딱히 빠르지도 느리다고 할 수도 없는 상당히 적당한 템포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아마 제2)트럼펫이 두번정도 연속해서 실수를 하더니, 그 다음부터 기가 죽었는지 볼륨이 확 줄어서 금관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현은 잘 했다. 여전히 볼륨 좀 작은거 말고는, 괜찮았다. 2악장 들어서 금관은 좀 나아지기 시작했고, 2악장은 역시 빠르다고 느리다고 할 수도 없는 연주였다. 스케르초의 경우는 현이 캐논을 연주하는 부분에서 첼로가 상당히 역동적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4악장은 들어가는 순간 헉 할 정도로 갑자기 템포가 빨라져버렸다. 4악장을 시작하는 C-E-G의 음형을 하나하나 음미하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 없이 너무 빨라서 아쉬웠고, 더 문제는 그 부분이 지나가고 다시 템포가 늦춰졌다. 그래서 마지막에 끝날때까지 그 약간 느린 템포를 가져갔는데 이게 푸르트뱅글러 식의 연주에 익숙해져있으면 답답해서 듣지 슬슬 짜증이 나는 수준이었다. 1,2,3악장은 괜찮은 연주였다고 생각하는데, 일부 삑사리도 있었지만... 4악장은 그다지 solid하지도 않고 그다지 역동적이지도 않은 연주였다.
글 전체를 통해 목관에 대한 평가를 빼놓았는데, 목관이 전반적으로 좋았다. 특히 트리스탄과 이솔데에 나왔던 베이스 클라리넷과 베토벤에서 등장했던 콘트라 바순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제1 오보에주자, 제2 플룻 아주 인상적이었다. 지난 시즌 PSO의 목관이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했는데 올해는 뭔가 바뀐건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간 듯 하다.
그리고 팀파티 아저씨, 무대위의 유일한 흑인 아저씨, 이 아저씨 갈수록 잘한다.
연주에 대한 감상과 별개로, 트리스탄과 이솔데를 들으면서 그 스토리를 되새겨봤다. 뭐 스토리 상으로 트리스탄이 이솔데를 사랑한 대가로 죽었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하여간 좀 애매한 그런 건데... 문득 생각한 걸로 상대방을 사랑해서 대신 죽을 수 있는 그런 경지는 정말 대단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목숨보다 사랑한다는 표현은 여기서 적절하진 않은거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상황에 따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고, 나도 그러한 대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내가 어찌 보면 진정한 사랑을 논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할 때는 언제나 나보다 그사람을 더 사랑하고 절박한 상황에 이기적이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정말 그렇다면 문제될 것이 뭐가 있겠는가. 결국엔 그런 생각들이 다 착각이거나 악의적인 거짓말일 것이다. 비열하게도 말이다.
IK
정말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자신을 버릴 용기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신을 버려 가면서 얻은 것만이 진정 소중해질 수 있는게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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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1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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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28, 2007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09/28/07
PSO 공연에 다녀왔다.
2007-2008 Season Opening Weekend
John Corigliano, Promenade Overture
Peter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in Bf minor, Op.23
Hector Berlioz, Symphonie Fantastique, Op.14
Yan Pascal Tortelier, Conductor
Alexander Toradze, Piano
즐겁게 본 공연이었다.
처음에 Promenade Overture를 작곡한 Coriglinao는 비교적 현대의 음악가인데 (1939년생) 이 사람이 하이든의 45번 교향곡, 'Farewell Symphony'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Farewell 교향곡은 연주를 하면서 마지막 악장에서 한사람씩 슬슬 무대 뒤로 나가서 결국 바이올린 두명만 달랑 남는 연주라고 한다. Coriglinao는 이걸 보고 'Farewell'을 위한 음악이 있다면 시작을 위한 곡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서곡의 형식을 빌어 이 곡을 만들었는데, 이건 시작할때 Percussion 네명망 무대 위에 있다가 슬슬 대략 목관-현-금관 순으로 무대에 입장하는 퍼포먼스를 취하고 있다. 멜로디는 앞뒤 대칭인 주제를 차용하고 있는거 같긴 한데 곡 후반부로 가면 하이든에 대한 오마쥬로 하이든의 45번 교향곡을 '거꾸로' 연주한다고 한다. 뭐 재미있는 발상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_-; 약간 (금)관이 집약적으로 뿡뿡거리는 부분이 신경이 거슬렸고 그리고 약간 퍼포먼스가 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든 45번과 같이 연주됐으면 재미있을 뻔했다. 그리고 하이든 시절에 이미 비쥬얼을 음악연주의 일부로 사용한 시도가 있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은 아주 좋은 연주였다. 1악장 시작이 워낙 강렬했다. 보통 협주곡이 솔로 악기의 연주로 이루어지고 오케스트라가 그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지만 일부 'Symphonic Concerto'에서는 마치 오케스트라와 독주악기가 대결하는 양상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고, 이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이 그렇다. 내가 이 곡은 수많이 실연과 음반을 봤는데, 첫 노트부터 전체 오케스트라를 이겨버리는 피아니스트는 오늘 처음봤다. 물론 전체 음악이 순조롭게 흘러간건 아니다. 1악장에서 적막을 거슬리게 깨고 들어온 트럼본과 트럼펫은 1악장 내내 overwhelming이었다. 오케스트라와 솔로이스트의 '대결'에서 오케스트라가 솔로이스트를 '봐주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억지로 이기려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좋았는데 금관만이 이 분위기를 깨고 솔로이시트를 너무 눌러서 아쉬웠다. 솔로이스트는 지나치게 늘어지는 박자와 그에 반해 각각의 노트는 너무 간결했다. 거기까지는 솔로이스트의 특성이라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거기 맞춰주지 못했다. 특히 현이 너무 활을 길게 썼다. 솔로이시트의 페이스에 맞추려면 좀 더 짧고 간결하게 썼으면 좋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관은 대체로 양호했는데 가끔 분위기를 깨는 포르테가 아쉬웠고, 결정적으로 플룻이 중간에 크게 삑사리를 내서 잠시 놀랬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솔로이스트의 파워가 돋보였을 뿐 아니라 대비적으로 아주 약한 터치와 로맨틱한 해석-간결한 노트와 상황에 따라 늘어지는 박자 등-도 역시 돋보였다. 솔로이스트의 미스터치로 몇번 있어서 precision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훌륭했다. 2악장에서 솔로이스트는 거의 완벽했다. 미스터치가 내가 알아챌 수 있는 수준에서는 없었고, 게다가 매 순간 내가 원하는 소리를 들려줬다. 정적을 깨고 나오는데서는 주저함이 없었지만 시끄럽지 않았다. 뭐 내가 어떻게 트집잡기 어렵다. 다만 오케스트라, 관은 분위기 더 이상 안깨고 좋았는데, 현이 스타카토에서 비올라랑 바이올린이랑 안맞았다. 3악장은 정말 일말의 불만도 없어진 연주였다. 솔로이스트 미스터치도 없었고, 오케스트라의 밸런스도 잘맞았고, 현의 싱크로율도 거의 완벽했다. 이 곡의 1악장 뒷부분과 3악장 뒷부분의 분위기가 비슷한데 현이 화음을 디비전으로 그어주는 부분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3악장이 1악장보다 두배는 더 빨리 활을 움직인 거 같다. 더 이상 솔로이스트의 페이스에서 오케스트라가 더디게 느껴지는 점이 없었다. 3악장 중간에 잠시 멜로디가 조바꿈을 해서 등장하는데 그 바로 전부분에서 오케스트라가 내가 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프레이징으로 음악을 들려줘서 아주 만족.
마지막으로 베릴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사실 내가 그리 좋아하던 곡은 아니라 잘 모른다. 예전에는 베릴리오즈를 세자르 프랭크 정도의 전형적인 프랑스 음악가라고 생각했는데, 프로그램의 해설에 따르면 환상교향곡은 전형적인 프랑스의 교향곡이라기보다는 베토벤의 전원교향곡과 비슷한 classical한 방식이라고 봐야한단다. 실제로 들어보니 그런거 같기도 하고. 5개 악장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가 있는거 같은데 정확히 figure out하지 못했다. 나중에 스코어 참고해가면서 보면 재미있을 거 같다. 연주는 내가 잘 모르는 곡이라 여기서 어떤 어떤 음이 나와야하지 않을까 하고 상상하지 못해서 잘했다 못했다고 평하기 어렵다. 하지만 첫째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일관성있게 흘러갔고, 둘째,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가 다른 악기에 묻혀서 뭐래는지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고, 즉 밸런스가 잘 맞았고, 셋째로 전체 오케스트라의 다이나믹이 일관되게 강한 콘트라스트를 이루었고, 마지막으로 상식적은 화음을 벗어나는 삑사리가 없었다는 면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트집을 잡을 수 없는 연주였다. 물론 내가 환상교향곡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게 great한 연주였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연주의 완벽성은 내가 이 곡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는 카라얀의 베를린 필 연주 CD를 사서 들었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 같다.
2007-2008 시즌 첫 공연이라고 나름 신경 많이 쓴게 보였고, 게다가 환상교향곡에서 보여준 현악기의 싱크로율은 대단했다. 내가 혼자 연주해도 그렇게 깨끗하게 혼자 하는거처럼 들리지 않을 거 같다. 작년엔 Andrew Davis가 지휘할 때마다 오케스트라 수준이 막 낮아지는거 같았는데 오늘 공연에서는 Marris Jansons시절의 precision을 보여주어서 즐거웠다. 2년전에 그만둔 플룻 아저씨만큼 잘하는 플룻이 작년엔 없었는데 올해 플룻은 새로 들어온 분인지 아주 소리 좋았고, 오보에와 잉글리시 호른을 담당한 아저씨도 잘했다. 아, 바순파트 엑설런트했다. 퍼커션이 예전과 같이 훌륭했고, 호른도 괜찮았는데, 금관쪽, 트럼펫, 트럼본 쪽이 약간 전반적인 수준에서는 제일 약한 거 같았다. 올해는 베토벤이나 브람스 연주가 많은데 현과 목관이 많이 쓰이는 곡들이라는 면에서 많이 기대가 된다.
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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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2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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