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15, 2008

피의 역사의 순간에서

이 글은 딱히 내용 없이 그냥, 오늘 한 날을 나중에 기억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다.

어제 밤(14일 일요일)에는 바람이 세게 불었다. 일기예보 상으로 평균 30mph(=50km/h), 순간최대 60mph(=100km/h)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는 그냥 소파에 누워서 nap을 하다가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정전이었다. 비는 한방울도 내리지 않았고, 천둥 번개도 없었는데 바람만으로 정전이 되다니. 그냥 그저 불길한 기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를 보니, 지난 주말부터 말이 많던 Lehman Brothers가 bankruptcy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에는 Merrill Lynch가 Bank of America로 넘어갔다는 소식이 보인다. 5년후, 10년후에 이 글을 돌아보면 Lehman Brothers와 Merrill Lynch의 이름을 기억은 하게 될까? 지난 여름에 뉴욕에 갔다가 Merrill Lynch의 본사 앞을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9월 11일에 뉴욕의 사람들이 느끼던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 지난 몇년간 거대 금융화에 앞장섰던 전통있는 거대 금융기관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공포감을 느낀다. 지난번 Bear Sterns가 JP Morgan에 인수되었을 때만 해도 '이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저점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이번 일로 인해 '과연 이것이 끝인가?'라는 의문으로 인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는 커질 듯 하다. 당장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손실이 나름 있지만 부도 위험까지 아니라던 AIG의 주가가 50%로 곤두박질 하는 것을 보면서 이번 일로 인해 사업을 확장하여 명실상부 미국, 아니 세계 최대 금융회사로 성장한 BoA도 영원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일은 고위험 부담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 회사들이 미국의 주택시장 경색으로 인해 대출자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두어가지 측면을 지적하고 싶다.

첫번째로,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은 아무래도 주택시장의 경색보다는 과도한 신용책정에 초점을 두는 거 같다. 안정성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Investment Bank의 전략일 수도 있겠는데, 아무래도 수익성이 좋은 만큼 큰 위험성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거 아닌가 한다. 이른바 '돈놓고 돈 먹는' 금융산업 구조의 큰 취약점이라 할 수 있다. 역시 사람이 열심히 일 해서 수익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이상의 수익성을 기대할 때는 위험을 부담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하겠다.

두번째로, 이번 일과 9/11과의 연관이다. 9/11이 2001년이었으니, 무려 7년전 이야기와 연관을 맺으려 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겠다만. 9/11이 공격한 것은 단순히 뉴욕의 건물 두개가 아니라, 미국의 자본주의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고 생각한다. FRB는 당시 경제의 경색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내렸던 거 같은데 (금리인지 재할인율인지 모르겠다. 사실 난 그게 어떻게 다른 지도 잘 모르겠다) 그로 인해서 많은 예금이 빠져나왔다.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나라의 이자율이 내려가면 다른 나라도 당연히 따라 내려갔어야 했고, 그로 인해 빠져나간 많은 돈이 한국의 지금의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바른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틀리면 지적해주시길)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 미국에서도 일어나서 그 2004-2006년정도가 부동산 가격이 꽤 많이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게 왜인지 모르겠지만 작년 즈음부터 이지역 부동산도 내리기 시작했는데,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행하는 곳이 부동산이라는 점에서 첫번째의 '과도한 욕심'이야기와 별 다를 바가 없을 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한국이야 모기지를 이용하진 않지만, 은행대출로 집 사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한국도 조심해야할 것이다. 더이상의 집값 상승은 위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Merrill Lynch나 Bear Sterns나, 오늘 무너진 Lehman Brothers나,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미국/ 혹은 전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엘리트들이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머리가 나빠서, 혹은 정보가 부족해서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결국에는 정부에서 도와주겠지 하는 Moral Hazard가 그들의 위기 관리를 소홀하게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미국 정부는 리만의 파산을 지켜보는 편을 택했다. 물론 그것이 정부의 의도냐, 아니면 정부의 자금이 한계에 다달은 것이냐는 식의 논란은 접어두고도 말이다. 만약 미국의 재정적자로 인해 이 일을 방지하지 못한 것이라면(미국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보면 리만의 파산을 직접 방지할 힘은 없었던 거 같다) 사람들은 더 불안해할 거 같다. 하지만 BoA도 미국 기업이고.. 미국 달러가 장기적으로 흔들릴 거라고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미국에서 여러 신용카드 회사가 있는데 JP Morgan Chase처럼 쉽게 쉽게 발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Amex나 BoA의 경우는 미국에 온지 2년이 안된 사람이 신용카드를 만들기 매우 어려울 정도로 나름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이용한다. 물론 신용으로 집을 거래하는 Mortgage의 경우 신용 기준이 보수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혹자는 IB의 사업모델의 failure라고 이야기하기까지 하는데, 사실 거기까지는 모르겠고, 당분간 미국 금융 시장은 보수적이 되겠지. 이제 한국도 장이 시작할 때가 되었는데,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 궁금하다.

IK

아, 미래에 이 글을 보고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서:
오늘은 Dr. Goldburg가 한국 방문을 위해 돌아왔고, 오후에는 프린스턴 대학의 Dr. Bialek의 J.D. Crawford Memorial Lecture가 있어서 듣고 왔다. 날씨는 어제 밤의 바람을 완전히 잊은 쾌청한 날씨.

1 comment:

IK said...

인터넷에서 따오는 글 중에...

"미국의 부동산거품 붕괴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주택구입자들이 은행에서 주택가격의 90~100%를 주택을 담보로 차입하여 주택을 구입하였으나, 주택가격 하락으로 담보가 부족해 진 것이 원인이다. 그리고 부동산거품 붕괴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주택 구입자 대부분이 소득 대비 높은 부채비율 때문에 원리금 상환능력이 약해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증권시장의 양치기 소년의 입김을 이기지 못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 본격적인 부동산 거품붕괴의 계기로 작용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예금금리수준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아지자, 시중 자금이 석유 등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원자재가격이 급등한 결과 미국 국민의 실질소득은 더욱 더 감소했고, 부채가 많은 미국 국민들 다수가 이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고, 금융회사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졌다."

난 처음에 (2001년 9/11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자금들이 부동산을 따라 갔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기준금리는 2003년 이후로 꾸준히 다시 오른 듯 하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기준금리 인하가 있었는데 이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금리를 앞서게 되어 석유시장으로 돈이 몰려서 석유값을 급등시켰다는 이야기가 있는거 같은데. 나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
잘 아시는 분의 쉬운 해설이 있었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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