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아리(KAIST Orch) 싸이 클럽에 들어갔다가 누군가가 올려놓은 'Goldberg Variation 현악 삼중주 버젼'을 보게 되었다. 일단 아래 링크하고,
아래는 글렌 굴드가 친 피아노 버젼이다.
내가 이것을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현악기가 keyboard에 비하여 얼마나 제한적인 악기냐는 것이다. 혹은 반대로 keyboard가 현악기나 관악기에 비해서 얼마나 편리한 악기냐는 것이다.
내 생각에,
현악기의 가장 근본적인 난점은 현의 개수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88개의 건반과 그에 해당하는 현들을 가지고 있는 피아노와 달리 바이올린은 5도 차이로 조율된 달랑 4개의 줄을 이용해서 연주를 해야 한다. 당연히 피아노에 비해서 음역이 제한되고 바로크 시대에 사용되었다는 'curved bow'를 사용한다 해도 동시에 4개 이상의 음을 낼 수 없다. 4개의 음을 동시에 낼 수 있다 해도 '활'이라는 단일건반을 사용하는 현악기는 음 각각의 박자를 독립적으로 낼 수 없다. 그러므로 현악기는 기본적으로 단성악기로 취급되어야 옳다.
저기 삼중주로 편곡된 곡 중에 제일 앞에 나오는 26번 변주의 경우는 멜로디가 두개 존재하는 이성음악으로 봐야 하지만 현악 삼주주의 연주를 들으면 상당히 버겁다. 피아노로는 매우 깔끔하게 연주된다는 점과 상당히 비교된다. 물론 이 곡의 대가인 글렌 굴드의 연주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지만 현악 삼중주 팀의 멤버 역시 명성으로는 뒤지지 않을 사람들이다.
하여간 바이올린을 오래 하면서 느끼는 것은 5도 간격으로 조율된 4개의 현을 가진 악기로 무언가를 연주하기 쉬운 곡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곡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가용손가락이 네개이고(바이올린의 구조상 엄지손가락을 사용해 연주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때문에 현은 5도 간격이며, 또 그렇기 때문에 몇몇 연주하기 어려운 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A5음과 B5음을 동시에 잡는 화음 코드의 경우 4번가락으로 D현을 잡고 1번 손가락으로 A현을 잡아줘야 한다. 사실 아주 어려운 코드라기 보다 빨리 연주하기에는 부담되는 코드다. 또한 한옥타브가 넘어가는 화음은 거의 잡기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손 크기를 가진 사람이 부담없이 잡을 수 있는 음이 한옥타브까지이기 때문에 한옥타브를 넘는 음의 점프를 부드럽게 연주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건반을 누르면 균일한 소리가 나는 피아노와는 달리 현악기들은 왼손으로 현을 눌러주는 압력에도 음색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새끼손가락을 많이 사용해야하는 곡들은 부담이 따른다. 장 3도 화음이나 장3도를 넘나드는 빠른 스케일이 특히 그렇다. 이런 건 현을 바꾸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새끼손가락을 사용하기에도 불안하고, 뭐 그렇다.
반면 화음이 아무리 많아도 그게 6도 차이거자, 7도 차이(잘 쓰이진 않지만)라면 연주하기 매우 쉽다. 장5도는 어렵다. 한 현의 간격이 장5도 차이이기 때문에 이를 연주하려면 한 손가락을 두 개의 현에 동사에 포개놔야 하는데, 이게 연주하는 스타일에 따라 어려운 경우가 있다. 특히 나처럼 왼손을 뉘여 연주하는 경우는 특히 그렇다.
(여기에 대해 첨언하자면 왼손을 쓰는 방식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이페츠처럼 손가락을 꽂꽂히 세워서 현을 위에서 '내려찍은' 방법과, 아이작 스턴처럼 옆에서 뉘이는 방법이 있다. 사실 내려찍는 방법이 음정이 더 깨끗하고 자질구레한 소리가 덜 나긴 하지만, 손가락이 짧다면 뉘일 수밖에 없다. 뉘이는게 약간 더 빠른 연주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디고 하다. 나는 새끼손가락이 보통보다 짧은데다 휘어져 있어서 내려찍은 방법은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하여간 정리하자면,
쉬움: 6도, 7도,
까다로움: 2도, 3도, 5도, 8도 이상
그래서 악보를 처음 봤을 때 아무리 화음이 많아도 6,7도가 많으면 쉬운 악보로 분류하고, 2도, 3도 등이 많으면 매우 까다로운 악보로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의 Goldberg variation으로 돌아가자면, 피아노는 각각의 음이 각각의 건반을 가지고 있고 두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동시에 연주할 수 있는 음의 범위와 갯수가 상당히 넓고 많다. 반면 현악기의 경우 자주 쓰이는 화음 중에서는 장6도 화음만이 (약한) 새끼손가락 없이 연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다성음악을 연주하기에는 상당히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자이나 바흐의 소나타/파르티타 들이 멜로디의 단순성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곡으로 취급받는 이유가 다성 푸가가 그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사실 뻔한 애긴데 저 현악삼중주 연주 보고 그냥 써보고 싶어서 써봤다. -_-
IK
P.S. 저 삼중주 관련 검색어로 검색하면 다른 변주들도 다 나온다. 다 보고나니 연주하고 싶어졌다. -_- 누구 같이 할 사람 없나? 나는 바이올린 아니면 비올라 커버 가능. 피츠버그 있는 분 혹시 있음 연락주시길...
2/12편 보면 2분 40초쯤에서 5번 변주 시작되는데 이거 내가 젤 좋아하는 변주다. 멋지다. =_= 헤헤
Sunday, January 13, 2008
현악기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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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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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anuary 13, 2008
Labels: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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