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ry Gitlis, 1922-
한국에서 93.1 KBS1 라디오 채널을 자주 듣곤 했는데, 쉽게 말해 그냥 클래식 채널이다. 아마 2004년 봄 어느날이었던 거 같은데, 차를 타고 학교를 가고 있었다. 신촌 우리집과 당시 내가 다니던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는 사실 차로 가기에 민망한 거리였다. (걸어서 15분정도) 하여간 그렇게 자원을 과소비;;;하면서 학교를 가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차이콥스키를 사실 대단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른바 '4대 바이올린 협주곡' 중에 하나인 차이콥스키의 D장조 협주곡은 자주 들어 알고 있었다. 하이페츠와 오이스트라흐의 명연주 뿐 아니라 꽤 많은 사람의 연주를 듣고 있었는데 그날 라디오에서 나온 음악은 내가 이전에 들어본 음악이 아니었고, 게다가 좋기까지 했다. 이게 내가 Ivry Gitlis라는 바이올리니스트를 알게 된 계기이다. 그리고 이 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차이콥스키 협주곡에 있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주가 됐다. 사실 오늘 기틀리스에 대해 쓰는건 '그냥'이다. 그냥 이 사람이 연주한 파가니니 협주곡 2번을 듣다가, 내가 이전에 이 사람에 대해 쓴 적이 없는거 같아서.
이 사람은 일단 하이페츠나 밀스타인 같은 precision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오이스트라흐 같은 bowing magician은 아니지만, 음악을 읽고 그걸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생산해내는데 상당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precision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거 같은 느낌이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다지 깔끔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메트르놈처럼 박자가 잘 맞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든 인토네이션이 정확한 것도 아니고, down bow에서 거친 마찰음도 들리고, 종종 거친 쇳소리도 들린다(이런 테크닉 상의 험담은 '하이페츠나 밀스타인과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람 음악이 듣기 좋은 이유는 감정이 상당히 솔직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연주 스타일 상의 특징이라면, 악보에 그려진 화음을 아르페지오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전혀 화음이 가벼워지지 않고 오히려 더 힘이 실린다는 거고, 에네스쿠의 제자 답게 비브라토가 매우 깊고 느리며, 그리고 보잉이 매우 빠르고, 때로는 허스키하거나 째지는 듯한 고음이 난다(Stradivarius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own bow에서 상당히 힘이 실리며 up bow를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솜씨가 특출나다. 게다가 종종 나오는 슬라이딩은 예전에 어떤 다큐멘타리에서 이작 펄만이 지적했듯이 잘못 사용하면 정말 'old-fashioned'로 들리는 기법인데, 이 사람의 슬라이딩은 자주 나오지 않지만 여러개의 stirng을 넘나드는 슬라이딩이 종종 나와서 오히려 비르투우소의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연주 중간에 종종 숨을 고르는 듯하게 쉼표가 강조되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게 어떤 의도로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상당히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역할을 해준다. 뭔가 느낄 숨통을 열어준다고나 할까.
밀스타인이나 하이페츠와 같은 동시대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들이 concert violinist로서 연주를 하는 것에 대해 의무감을 가지며 성실했던 것과 달리, 기틀리스는 상당히 기분파였다고 한다. 약속을 안지키거나 해는 글렌 굴드 식의 기행담의 주인공이 되진 않았지만, 커리어에서 성공하는 것보다 스스로 즐기고 다른 음악가와 나누는 것을 즐겼기 때문에 오히려 콘서트나 음반 발매에서 유명해지진 않았다고 하고, 이 사람의 재능에 비해 너무나 명성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야인에 머물던 천재'식으로 인식되곤 한다. 이 사람 연주를 실제로 들어보면 속박됨 없이 자유로운 정신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내가 이 사람 연주를 좋아한다. 그런 만큼 이 사람이 바흐나 베토벤을 연주하는 모습을 잘 상상하기 어렵고, 차이콥스키나 파가니니 등의 연주가 특히 좋은 거 같다. 특히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은 상당히 과장된 리듬감과 그 만의 독특한 음색이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파가니니적인 '바이올린다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봐야할 음반 중 하나.
IK
Wednesday, November 14, 2007
Ivry Git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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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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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November 14, 2007
Labels: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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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Gitlis를 좋아하는 분을 만나니 반갑군요.
하이페츠보다 따뜻하고 오이스트라흐보다 개성넘치는 음색.
이분의 비브라토와 up bow활용은 정말 전설적입니다. 거친 마찰음은 일부러 다듬지않는 개성. 물론 개인적인 평가지만...음악은 원래 지극히 개인적이며 주관적이지 않던가요^^
반갑습니다. 기틀리스 연주에는 뭔가 말할 수 없는 매력이 있지요. 연주자를 뛰어넘어 바이올린으로 예술을 만들어내간 사람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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